[조선업계 희노애락③] '북극항로'가 성패 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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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희노애락③] '북극항로'가 성패 가를 수 있다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2.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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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혁 "북극의 엄청난 자원과 새로운 북극항로위해 향후 30년간 청사진 마련"...북극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찾을 것
- 관계자 "야말 2차는 1차 보다 조건 까다로워...수주조건이 중요"
- 업계 "북극항로는 기술없이는 도전 어려워...기술격차 유지·확대가 수주격차로 이어질 것"

세계를 주름잡던 한국조선업계가 추락을 거듭하다 2016년 바닥을 찍은 이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아직은 '배가 고프다'고 업계는 말한다. 부활을 노리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활로를 찾기 위해 2019년 조선산업의 한해를 들여다 본다. 내년에는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까. 

한국조선의 활로는 크게 4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친환경선박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다음 달 1일 부터 강력한 환경규제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 키워드는 스마트ICT융합이다. 지난주 울산에서 개소한 조선해양ICT융합센터가 선도적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업계 관계자들은 기원하고 있다.

세번째는 '북극항로'다. 지구 온난화와 내빙기술의 발달이 북극항로 가능성을 열고 있다. 러시아의 로사톰은 이미 70억 달러의 선박건조 비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번째 키워드는 방위산업이다. 중국의 CSG 탄생은 항공모함 건조를 위한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나왔다. 미국은 최근 잠수함 9척을 건조하는 발주를 했다. 무려 26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네가지 키워드가 내년 조선업계의 화두다. 한국호가 전 세계를 누빌 수 있을 것인지 네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9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북극을 향한 멈추지 않는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해양수산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문 장관은 기고문에서 "북극에는 석유, 천연가스 등 막대한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지질조사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천연가스 자원의 약 22%가 북극 권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대륙으로 되어있는 남극과 달리 북극은 얼음이 녹으면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기 때문에 주요한 해상운송루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극권 8개국 들은 1996년 북극이사회를 설립해 북극 개발 및 환경보호에 나서고 있다. 북극 이사회의 이 사국 들은 창설 멤버인 북극권 국가로 제한하고 있으며 , 다른 나라나 국제 기구는 정식·임시 옵서버 등의 자격으로만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양수산부는 지난해에 ‘북극활동 진흥 기본계획’과 향후 30년간의 극지 정책 방향인 ‘2050 극지활동 청사진’을 마련했다. 앞으로 북극항로 관련 물류 인프라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극지에 대한 전방위적 통합관측으로 기상 이변과 해수면 상승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라며 "최첨단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를 통해 연구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앞으로 30년 동안 북극해와 북극항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고 공식 천명한 셈이다. 

◇야말 프로젝트, 그 두번째 이야기

러시아 야말반도와 한반도. [사진=구글 지도 캡처]

네네츠어로 '세상의 끝'이라는 뜻의 '야말', 야말반도는 시베리아와 북해에 연한 지역이다. 거기에 묻힌 천연가스(LNG)가 약 35억t, 전세계 매장량의 30%로 추정된다. 그 지역 인근 카라해의 해저유전 추정 매장도 25억t이다. 이 지역의 가스와 유전은 전세계 매장량의 22%로 추정된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북극항로에 관심을 갖고 2008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야말 프로젝트는 이렇게 엄청난 매장량을 자랑하는 천연자원 개발에서 시작됐다. 자원을 캐내도 운반이 안 되면 쓸모가 없다. 야말 프로젝트의 핵심은 운송이다.

그런데 1년에 2,3개월을 빼고는 얼어있는 이 항로를 다니기 위해서는 쇄빙선이 필요하다. 2008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야말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쇄빙LNG운반선 15척을 발주했고 15척 모두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다. 

배 값은 1척당 3.2억 달러(약3600억원)으로 총액이 5조원에 달했다. 일반 LNG선이 약1.8억달러(약2000억원) 정도니까 거의 1.8배에 달하는 선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수주한 15척을 6년에 걸쳐 모두 건조해 올해까지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이 배들은 쇄빙선으로는 최고 등급인 'ARC 7 ICE' 등급 (2m 두께의 얼음을 깨면서 항해)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러시아는 2차 야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15척의 쇄빙 LNG선을 건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노바텍은 러시아 조선소 즈베즈다와 쇄빙 LNG운반선 15척 건조에 관한 예비계약을 맺고 도크를 예약했다. 계약금액은 44억5000만달러(약5조2000억원)로 알려졌다. 척당 3억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또 한차례 수주가 당연할 것으로 생각했던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수주를 포기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사실은 1차 야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러시아는 자국(러시아) 생산을 원했다. 하지만 현지 답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현지 설비·인력·기술 등이 도저히 생산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15척을 모두 국내 건조해서 납품하는 조건으로 수주했고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문제는 2차 야말 프로젝트에서 러시아는 또 다시 자국 생산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관계자는 "쇄빙선 ARC 7 ICE 등급의 배를 건조할 수 있는 나라도 대형 LNG선 15척을 수년내에 문제없이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도 우리나라 조선 3사 외에는 없다"면서 "굳이 좋지 않은 조건에 억지로 수주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력 조사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LNG선 수주의 70%이상을 한국이 휩쓸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이 자국선사들에 의한 전략적 수주를 제외한다면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물량을 우리나라 조선 3사가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경험·설비·인력 등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북극항로를 다닐 수 있으려면 영하 50도를 견뎌야 한다. 2미터 두께의 얼음을 깨면서 LNG를 운반할 수 있는 대형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 조선 3사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만일, 러시아 현지 생산조건이라면 시설·고용면에서도 불리하고 기술유출의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데 선가는 오히려 이전보다 떨어졌다. 

2차 야말프로젝트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노바텍이 50.1%,  토탈(프랑스) 20%, CNPC(중국) 20%, 실크로드기금(9.9%)로 돼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관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중국은 지분을 확보한 만큼 LNG를 확보하게 된다. 

중국은 자국내 1위업체인 CSSC와 2위 업체인 CSIC를 합쳐 세계 최대 조선사인 CSG를 지난 달 탄생시켰다. 기술과 인력면에서 야말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따라서 삼성중공업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주여부보다는 얼마나 좋은 조건에 수주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2차 야말 프로젝트를 위해 러시아는 노바텍이 보유한 지분의 49%를 외국에 개방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한국에 참여를 제안했고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북방위) 위원장은 쇄빙LNG 운반선 수주외에도 현지 가스 생산 설비 구축에도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극항로 자체에 미래가 있다. 

한편으로는 북극항로 자체가 경쟁력이 있다는 측면이다. 

로테르담-부산 간 수에즈 항로와 북극항로 비교 그림[그래픽=두산백과]
로테르담-부산 간 수에즈 항로와 북극항로 비교 그림. [그래픽=두산백과]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과 부산항을 오가는 수에즈 항로는 2만2000km인데 비해 북극항로는 1만5000km에 불과하다. 항해일수가 10일 가량 줄어든다.

중국의 확장으로 인한 남중국해의 긴장이나 말래카 해협과 소말리아 인근의 해적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러시아의 원자력발전회사인 로사톰(Rosatom)은 올해 1월 러시아 정부로부터 북동항로 개발 공식 기관으로 선정돼 북극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로사톰에 따르면 북극항로 물동량은 지난해 2000만t에서 올해 11월15일까지 약2600만t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63%가 증가했다. 올해 말까지 약 3000만t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2024년까지 8000만t까지 물동량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사톰은 현재추세라면 2024년까지 약 9300만t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적인 조선해양전문분석지 포트앤터미널(Port and Terminal)은 지난달 25일 로사톰이 70억달러(약8조2000억원)를 북극항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사톰은 북극항로를 개척해 수에즈항로·지중해항로와 경쟁에 나섰고 해양운송에서 세계 15대 업체가 되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포트앤터미털은 전했다. 

로사톰은 계열사인 JSC아톰에네르고프롬의 물류자회사인 로사톰카고를 통해 해상운송프로젝트를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항로 중 북동항로가 러시아에 의해 활성화되면 북서항로도 따라서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해수부를 비롯해 북방경제위도 발벗고 나섰지만 중요한 것은 조선3사가 다른 나라들과 기술격차를 더 벌리는 일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조선) 경험과 신뢰도 면에서 압도적 차이가 있는데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확대해야 자본을 앞세워 도전하는 중국과의 수주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유지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관계자들은 북극항로에서 기술격차가 수주격차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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