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 공격범들, 원격으로 매장 내 냉장고 온도 조작해 제품 변질・부패시키는 수법 사용해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11월 2일(월요일=유럽 시간) 유럽 대륙 최소 5개국의 여러 슈퍼마켓에서 냉장고와 냉동고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해 대량의 신선식품과 포장 식품이 폐기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 해외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인 10월 중순 프랑스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수백 개 지점을 상대로 자행된 해킹 사건에 이어 유사한 수법의 원격 사이버 공격으로 추측돼 유럽 리테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일 오후 현지 시간 기준, 일부 슈퍼마켓의 냉장고 및 냉동고 설정 온도가 최고 섭씨 50도까지 높게 비정상적으로 높게 변경 설정돼 내부 선반에 진열돼있던 신선식품 및 냉장・냉동식품을 폐기해야 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한 나라는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웨덴, 아일랜드,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등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알려졌다.
해커들은 특정 제조업체의 식음료품 냉장설비 인터넷 관리 시스템 네트워크에 침투해 슈퍼마켓의 냉장고의 설정 온도를 높이거나 냉동고를 해동 모드로 바꾸는 등 슈퍼마켓 매장 식료품 냉각시설을 원격 제어하는 방식으로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벨기에의 델하이즈(Delhaize) 슈퍼마켓 체인은 2일 오전부터 냉장시설의 이상 작동을 감지했으나, 오후 5시 경 진열 제품의 변질・부패 등 피해가 파악되고서야 조치에 나섰다고 보고했다. 캬르푸(Carrefour)는 벨기에 내 운영되는 총 700개 매장 중 15개 매장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웨덴에서는 ICA와 코업(COOP) 두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피해를 입었는데, 주로 대도시 외곽의 소형 매장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번 사이버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범행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치 전문 매체‚폴리티코‘는 벨기에 사이버보안센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면밀한 범죄 배경 조사에도 불구하고 범행 주체는 영원히 밝혀지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안보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 만큼, 일부 유럽 당국은 유럽의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러시아발 하이브리드형 군사 위협이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 이번 사건과 지난 10월 프랑스에서 발생한 유사한 사건이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확인한 서방 언론은 없다. 러시아 정부 역시 유럽을 상대로 한 하이브리드 작전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여러 차례 부인해 왔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주요 슈퍼마켓 체인의 경영진과 전산 시스템 전문가들이 향후 재차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사이버 공격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리테일 업계 곳곳에 숨어 있는 IT 시스템 취약성을 악용할 가능성이다.
리테일은 IT 시스템 취약성에 가장 많이 노출된 업계 중 하나다. 식음료품을 취급하는 슈퍼마켓의 경우, 냉장・냉동시설, 매장 냉난방 시스템, 고객 감시・보안용 카메라, 경고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원격 감시・제어 시스템에 의존해 운영되기 때문에, 사이버 범죄자들이 IT 시스템이 침투하면 속수무책으로 뚫릴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이버 공격에 이어 이번에 피해 슈퍼마켓 체인들도 덴마크의 리테일 냉장설비 기업 댄포스(Danfoss)의 고객사라고 보도했다. 댄포스는 현재 피해 체인들과 협력해 시스템 허점을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