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인 보안업체 에스원이 예정가의 반도 안되는 금액을 제시해 이른바 '싹쓸이 수주'를 하면서 중소기업 생존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높다.

더구나 수주 분야도 상식적으로 매출 2조원대의 삼성계열 보안대기업인 에스원이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규모 시설공사여서 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17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 에스원(대표 육현표)는 최근 고려대구로병원 현장 공사 입찰에서 예정금액 58억원 대비 48% 수준인 28억원에 최저가 수주를 한 것은 물론 삼일병원 영남이공대학교 오토닉스 등 현장 공사를 싹쓸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입해 브랜드력과 자본력을 동원해 시장을 장악하는 행태를 삼성계열 에스원이 자행하고 있다는 것. 

중소 정보통신업체 대표 A씨는 "대기업인 에스원이 배관, 배선, 통신 등 중소기업 전문 시장까지 다 먹어치우며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그것도 정당한 금액이 아닌 최저가 수주로 출혈경쟁을 만들어 결국 중소업체는 경영악화로 도산하게 만든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에스원이 주력사업에서 벗어나 수많은 중소업체가 주로 담당했던 공사 부문까지 마구잡이식 최저가 수주로 중소기업들을 말라 죽게 한다"며 "체급에 맞게 경기를 해야 하는데 대학생하고 유치원생이 씨름 시합을 하는 격"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12월, 구로병원 현장의 경우 예정가 58억원 규모 배관 배선 통신 공사 입찰에서 에스원은 28억원을 제시한 반면 다른 중소업체의 실행견적은 36억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원은 최종 결과 2순위와 7억원 차이로 최저가 낙찰됐다.

이같은 에스원의 최저가 수주 횡포는 최근 1~2개월 사이 공사 현장에서 잇달아 발생했다. 

영남이공대학교 현장의 배관 배선 객실관리 공사는 에스원이 2순위 업체와 4억원 가량의 차이로 최저가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삼일빌딩 현장 배선 공사는 에스원이 2순위와 1억3천만원 정도의 차이로 최저가 수주했다. 오토닉스 현장에서 에스원은 2순위 업체는 2억원 정도 차이로 최저가 입찰해 수주했다.

그동안 소규모인 수십억 수준 입찰 민수시장은 전문 중소기업들의 시장이었다. 

그런데 대기업인 에스원이 뛰어들면서 시장이 교란됐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마치 '황소개구리'가 작은 먹잇감을 마구 잡아먹으면서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저가 민수시장의 공사는 공공부문 입찰방식처럼 공사 예정금액 대비 낙찰하한율(예, 87.745%)을 적용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최저가 입찰로 수주를 해버리면 중소업체들은 도저히 경쟁이 안된다는 것. 

정보통신업 관계자는 "에스원이 최근 최저가 수주한 현장 대부분은 자금력을 기반으로 주력사업 외 보편적인 기술사항을 막대한 영업력을 통해 장악한 불공정 행위"라며 "입찰에 참여한 중소업체가 에스원을 배제하고 동등하게 참여하는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에스원이 최저가로 수주한 공사는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대기업의 자금력으로 중소업체가 일을 할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대기업 에스원이 동종업계의 시장질서를 파괴해 중소업체의 존폐에 이르게 했다는 설명이다.

에스원은 최저가 수주로 잠식한 공사를 다시 중소업체에 하도급을 맡기는 방식으로 손해를 중소기업에 전가시킨다고 한다.  

중소기업은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에스원과 하도급 거래관계를 유지하지만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중소업체는 경영악화와 도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또 에스원이 이같은 최저가 수주를 하는 것은 일단 입찰에 성공하면 추후 빌딩 보안 관리, CCTV 설치 등 다른 계약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

중소 정보통신업체 대표 A씨는 "에스원은 말로는 상생, 동반성장 등을 부르짖고 있지만 되레 중소기업들의 민수시장 질서까지 무너뜨리고 있다"며 "재계 1위 삼성그룹이라는 위상과 사회적 책임에 맞게 대기업들만의 경쟁에서 그에 맞는 전략으로 입찰에 참여해 공정한 게임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에스원은 1977년 창립한 국내 최초의 물리적 보안회사로 현재는 삼성SDI 등이 지분을 보유하며 삼성그룹 계열사다. 세콤 시스템경비, 영상보안, 정보보안, 차량운행관리, 빌딩솔루션 등 종합보안회사로 성장해 2019년 매출액은 증권가 추정치로 2조1371억원, 영업이익은 2068억원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