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위산업, 투명성 중심에서 전문성 효율성 위주로 변화해야...통합화·대형화 절실
-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위해 방산비서관 도입해야"
지난 10일 북한의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기체계들에 세계가 주목했다. 그 동안 미식별됐던 신형무기가 대거 선보이면서 만만치 않은 무기개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방위산업 전문가는 방산기업의 통합화와 대형화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청와대에 방위산업비서관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전술적 방위산업 전략을 넘어선 전략적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 핵무기 기술 눈에 띄게 발전...CNN "세계 최대 액체연료 핵미사일"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전략 핵무기다. 세계 최장거리 대륙간 다탄두 핵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다탄두 잠수함 핵탄도미사일(SLBM) 등이 기존 모델에 비해 개량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의 사거리가 약 1만3000㎞로 추정되는 화성-15형보다 길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발사대도 외관이 변화되어 성능을 향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CNN은 이날 "북한이 세계 최대 탄도미사일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공개했다"며 "최대 규모의 도로 이동식 액체연료 미사일"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이번 신형 ICBM이 시험 비행을 하진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전문가들은 (기존 ICBM보다) 비행거리가 길고 더 강력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프랑스 AFP통신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북한의 신형 ICBM이 세계 최대의 도로 이동식 액체연료 미사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래식 전력 대폭 증강...신형 무기 대거 등장
전략 핵무기의 눈에 띄는 변화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재래식 전력의 전력 증강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만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언급돼 왔던 미사일과 방사포는 물론이고, 기갑전력과 첨단 워리어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경제력과 기술수준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전력 증강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북한 열병식에서는 우리 군이 일부 부대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은 장비를 장착하고 있는 장면이 방송됐다. 병사들이 장착한 개인정보단말기(PDA)에 각개인의 전투능력과 관련한 신체정보와 작전 정보등이 입력돼 전투력 증강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 언론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군이 추진 중인 워리어플랫폼(개인전투장비)과 같은 북한판 워리어플랫폼 개선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신형 방사포만 무려 3종이 한꺼번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발사관이 4개짜리인 방사포부터 6개짜리 초대형 방사포까지 동영상이 한꺼번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대형 방사포의 직경은 600mm, 사거리는 400km 내외로 알려져 있어 실제로는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에이태킴스 미사일도 공개됐다. 지상에서 비행기나 헬기,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과 레이다도 선보였다.
또한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이 국내통신사인 연합뉴스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북한의 신형 전차는 3세대 전차로 알려졌다. 신 위원은 "북한의 신형전차는 중국의 수출형 전차 VT-4와 외형이 유사하다"며 "미국 M-1 전차, 한국 K-1 전차와도 외형이 유사한 3세대 전차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미국의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닮은 2종의 보병용 장갑차도 등장했고, 우리나라의 명품 자주포인 K-9과 유사한 자주포도 공개됐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신형 무기는 무려 9종에 달한다. 게다가 개인용 전투장비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워리어 플랫폼의 실전배치도 현실화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래식 무기 초격차 전략 필요...통합화·대형화 통해 방산기업 키워야
핵전력을 갖출 수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재래식 무기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은 북한과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압도적인 경제력 차이에 바탕한 재래식 전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북한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 최기일 교수는 "우리 군이 착용한 방탄복은 중국군에 비해서도 열악한 수준"이라며 "개인 병사들의 전력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국내 방위사업학 박사 1호이기도 한 최기일 교수는 "방위산업이 그간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이제부터는 전문성과 더 나아가 효율성을 강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최 교수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방산기업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면서 "통합화·대형화를 과감하게 추진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방위산업 선진국들의 경우 통합화와 대형화를 통해 세계적인 방산기업들을 육성했고, 이들이 곧 국방력의 핵심이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방위산업비서관 적극 검토해야...방산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효율적 의사결정 이끌어야
최 교수는 청와대 방위산업비서관 직제 도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방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방산업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그는 "올해 초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 산하 방위산업담당관(2급 · 선임행정관) 직제를 방위산업비서관으로 직위를 승격, 신설해 정부의 강력한 국가 방위산업 육성 의지가 반영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본지는 지난달 23일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청와대 방산비서관의 필요성을 지적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민홍철 위원장은 당시 방위산업을 국방을 넘어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북한이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무기개발에 큰 성과를 낸 것은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도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방산기업과, 국방과학연구소, 방위사업청, 군 등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른 방위산업의 특성상 의견조율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산비서관 직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에서 방위산업의 효율이 개선되고 있으나, 주변국들의 변화와 발전속도에 비하면 부족해 보인다"면서 "청와대가 방위산업의 컨트롤타워로서 작동이 가능하도록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위상에 걸맞는 직제를 갖추어 체계적으로 육성,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방위산업도 이제는 속도의 경쟁을 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개발의 속도가 뒤쳐지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좌초자산(Stranded Asset)화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민한 대응 능력을 갖춰야 방위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