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포스코 대리점의 눈물..."숨만 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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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포스코 대리점의 눈물..."숨만 쉬고 산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1.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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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SSC 9개사 상반기 매출 9040억원으로 전년동기비 14.7% 감소·영업이익 56억원으로 71.1% 급감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 0.7%대·최근 3년간 실적 악화...발등에 불 떨어진 포스코, SSC 챙길 여력 없어

국내 철강 유통시장에서 포스코의 대리점 역할을 하는 스틸서비스센터(SSC)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은 포스코의 도움이 간절하지만 포스코 역시 그럴 여력이 없는 처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된 포스코 열연SSC 4개사와 냉연SSC 5개사의 경영실적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포스코 SSC 9개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90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4.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6억원으로 71.1%나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2.1%에서 올해 상반기 0.7%로 주저앉았다. 

포스코 열연SSC 중 삼현철강(56.9%), 문배철강(46.7%), 동양에스텍(20%)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고, 대동스틸은 영업손실 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냉연SSC들의 영업이익도 경남스틸이 56.8%, 동명스틸이 41.4%로 각각 줄어들었고, 대창스틸은 3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포스코 SSC들의 어려움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올해 상반기 만의 얘기가 아니다. 포스코 열연SSC 8개사의 연간 경영실적을 보면 이들의 어려움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다. 

포스코 열연SSC 8개사의 총 영업이익은 2017년 371억원, 2018년 177억원, 2019년 142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17년 2.3%에서 2018년 1%, 2019년 0.8% 등 0%대로 쪼그라들었다. 포스코 SSC들 중엔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이자도 내기 힘든 한계기업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황 악화로 생존 어려워졌는데 코로나19까지 덥쳐 치명타

포스코 SSC들은 국내 시장에서 1차유통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강재를 필요로 하는 중소형 업체들은 포스코와 직접 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SSC들을 통해 물량을 공급받는다. 포스코 SSC들은 임가공설비를 갖추고 있어 중소형 업체들이 원하는대로 철판을 잘라주고 임가공비를 받는다. 

이들은 1970년대에 주로 설립돼 오랫동안 포스코의 유통 대리점 역할을 하며 성장해왔다. 대리점 역할을 하다보니 기본적으로 포스코가 실적이 좋으면 이들의 실적도 좋고, 반대면 SSC들도 죽을 쓰는 구조다.

문제는 포스코가 올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별도기준 적자를 내는 등 최악의 경영환경에 신음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회복하기는 했지만 과거의 포스코를 생각하면 혹한기가 계속되고 있다. 철강사들의 수익창출원이었던 자동차산업과 조선업, 건설업 등 어느 하나 전망이 밝은 곳이 없을 정도다. 

2010년 이전 포스코가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에는 포스코 SSC들도 5%를 넘는 영업이익률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중국의 생산이 급증하며 전세계가 철강 공급과잉으로 변해버렸고, 현대제철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포스코의 시장지배력이 크게 약화됐다. 

현대제철도 자체적인 SSC들을 받으면서 시장 경쟁구도가 형성됐고, 1차 유통시장에서 포스코SSC들의 독점구조가 깨져버렸다. 2차 유통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중국산 수입재를 대량 수입하면서 포스코 SSC들의 공급선을 빼앗았다. 

포스코는 2000년대 후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자 수요업체와의 직거래를 확대하며 유통 공급량을 크게 줄였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열연SSC였던 한일철강, 우경철강, 동아강업 등이 대리점 지위를 잃었다. 

포스코가 국내 유통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수입대응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지만 유통시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포스코산 열연가격과 수입재 유통가격이 10년 전에는 5~10만원 정도 차이가 났으나 지금은 가격이 거의 비슷해졌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수요업계의 철강수요 자체가 줄어든 반면 공급은 넘쳐나면서 포스코산 철강재도 유통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는 포스코 SSC들의 마진 급감으로 이어졌다. 

포스코 냉연SSC들의 경우 현대차향 자동차강판 연계물량을 현대제철 SSC들에게 뺏기고, 국내 가전공장들의 해외 이전 등 어려움이 겹치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상황에 터진 코로나19는 포스코 SSC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전방산업 수요감소로 열연SSC들의 공장 가동률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문배철강의 올해 상반기 가동률은 고작 44.3%였고, 삼현철강은 54.9%에 불과했으며, 동양에스텍과 대동스틸은 60% 대였다. 

결국 포스코 냉연SSC 중 하나였던 부일철강은 올해 5월 사업을 포기하는데 이르렀다. 부일철강은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사업을 정리한다. 이에 부일철강이 위치한 아산공장은 보일러 업체 경동이 인수하고, 부일철강의 사업권은 포스코 냉연SSC 중 하나인 대창스틸이 인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포스코 철강 사용 비중이 큰 폭으로 줄면서 부일철강의 실적은 빠르게 악화됐다. 지난해 부일철강의 실적은 매출액 853억원, 영업이익 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0.82%로 1%가 안됐다. 올해 코로나19로 매출이 대폭 줄자 40년을 이어왔던 포스코 SSC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포스코 SSC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포스코SSC들은 주로 1970년대에 설립돼 40~50년 가까이 영업해오면서 여러 계열사를 두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법인세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법인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SSC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복지나 급여도 빠르게 악화 중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포스코 SSC들의 투자는 일제히 멈춰버렸다.

포스코 SSC 관계자는 "좋았던 시절이 지나간지 오래고, 지금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며 "투자는 커녕 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버거운 회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어쩔 도리가 없다. 각자도생해야"

한 포스코 열연SSC 공장 전경.

이들이 기댈 곳은 포스코 밖에 없지만 포스코도 어쩔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2010년 이전에는 포스코가 SSC들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유통시장 전략을 종종 펼쳤었지만 지금은 그런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포스코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분기 별도기준 적자충격을 겪은 후 원가절감에 목을 메고 있다. 해운업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물류비를 아끼기 위해 포스코GSP라는 자체적인 물류회사를 올해 안에 만들기 위해 추진 중일 정도다. 

실제 포스코 SSC들의 어려움을 포스코가 풀어주기 위해 시행하는 별다른 정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길러 이겨내라는 주문만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과거에는 50% 이상을 포스코산을 쓰도록 강요했으나 지금은 이러한 제약이 없어진 것이 배려라면 배려다. 이 때문에 포스코 SSC들 사이에서는 "포스코가 냉정해졌다"란 얘기까지 나온다. 

한 포스코 SSC 관계자는 "'숨만 쉬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포스코가 도움을 주기는 커녕 SSC들이 각자도생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SSC들이 1차 유통시장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어떠한 조치라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도 생존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로 포스코 SSC들을 도울 여력이 많지 않다"며 "40~50년간 포스코 SSC들이 포스코 덕으로 이만큼 커왔는데 지금 힘들다고 포스코 탓을 할 게 아니라 각자 경쟁력을 길러 알아서 생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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