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집수수료 경쟁 과열은 설계사 이직 및 계약유지율 하락→비용증가, 생산성 악화 초래→소비자보호에 부정적 영향
- 모집방식 재정비 필요···비대면채널 활용도 감안한 인바운드 영업 상품 개발 등
국내 보험사들이 시장 포화로 인한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단기간 성과 실현이 용이한 수수료 경쟁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회사는 GA 등의 비전속채널의 활용에 따라 운영비 절감이나 판매효율성 확보를 기대했으나, 단기 매출 확대를 위한 수수료 경쟁 과열로 사업비 지출 확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29일 보험연구원 김동겸 연구위원은 '보험산업 진단과 과제' 보고서에서 "저성장 시대의 보험회사는 단기성과 등의 과도한 성장전략이 기업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매출액, 시장점유율 등 양적 목표보다 '건전하고 안정적 장기수익 확보'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보편화되고 있는 비대면채널에 대한 체계적인 정비가 요구되고 해당 채널에 적합한 보다 혁신적인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험산업은 최근 5년간 보험 가입대상 축소 등으로 연평균성장률은 1%에 불과했다. 또한 저금리 장기화로 상품경쟁력과 투자영업이익이 약화되면서 보험회사 수익성 하락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보험회사는 포화된 시장에서 경쟁 심화에 따른 고위험·저수익 상품을 반복적으로 출시하고, 비전속채널에 대한 의존도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2018년부터 경증치매를 고액으로 보장하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작년 상반기 경증치매보험 신계약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25배 이상 급증했다. 아울러 저금리 환경에서도 상품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축성보험의 예정이율 및 최저보증이율을 충분히 인하하지 못하면서 이차역마진이 발생하는 금리경쟁을 불러왔다.
모집경쟁도 과열되면서 비전속채널의 영향력도 확대됐다. 생명보험 시장은 설계사 매출 비중이 2000년 62.9%에서 작년에는 11.1%로 크게 감소한 반면, 방카슈랑스채널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44.1%를 차지했다. 손해보험 시장은 GA(법인보험대리점)을 통한 매출 비중이 44.3%로 타 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일부 회사는 개인형 손해보험 매출의 70% 이상이 GA채널에서 발생했다.
이런 비전속채널의 과열경쟁은 사업비율 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장기손해보험의 실제사업비율은 2016년 14.6%를 기록 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며 작년에는 19.1%를 기록했다. 보험시장에서 비전속채널 등의 대체제가 많은 경우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나, 다수의 보험회사는 단기간에 성과 실현이 용이한 수수료 경쟁을 선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보험유통시장에서 모집수수료 경쟁 과열은 설계사 이직, 계약유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보험회사의 비용 증가 및 생산성 악화를 초래하고, '고아계약' 발생 등 소비자보호에도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설계사의 잦은 이직으로 전속설계사 중 근속연수 3년 미만인 자의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여전히 대면채널 중심의 보험영업으로 비대면 영업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비대면채널을 통한 보험상품 가입 비중은 작년 기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각각 1.2%와 11.7%에 불과해 설계사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2019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상품가입의 복잡성(29.5%), 과도한 설명 및 정보제공에 대한 부담감(32.0%) 등으로 온라인채널을 통한 보험가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건전한 보험영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모집계약의 질적 평가에 기반한 수수료체계 정비가 필수적"이며 "소비자 행태를 반영해 모집방식을 재정비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비대면채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인바운드 영업이 가능한 상품을 개발·공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설계사채널은 다른 영업채널과 최적의 상품조합을 통해 비용 대비 생산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특히 비대면채널이 활성화되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를 공급되고 있는 상품 차원에서 평가해 해당 채널에 적합한 보다 혁신적인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