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사업으로 매출 30조 목표...100조 기업 "꿈이 아니다"
미래도모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 행보...전세계 철강사들 중 가장 미래도모 '적극적'
포스코가 '2차전지 소재'와 '수소' 등 2가지 사업에 미래를 걸고 있다. 철강산업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에서 2차전지 소재와 수소라는 대세 산업에 발을 걸쳐 놓은 것은 미래도모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10년 전 정준양이 시작한 2차전지 소재사업...최정우의 선택과 집중
포스코에게 2차전지 소재사업은 확고한 ‘신성장 동력’이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 부문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연 2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7조원이다. 현재 포스코 전체 매출의 40% 비중을 2차전지 소재사업에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2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네 가지 소재로 구성된다.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양극재와 음극재, 그리고 양극재의 원료인 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사업구조를 보면 포스코는 양극재 및 음극재 원료인 리튬과 콜타르를 공급하며, 포스코케미칼에서 이를 원료로 NCM(니켈, 코발트, 망간), LMO(리튬, 망간, 산화물)등의 양극재 및 천연흑연 음극재를 생산해 배터리 제작사에 공급한다. 세계에서 리튬, 니켈, 흑연 등 원료부터 양극재, 음극재까지 2차전지 소재 일괄공급체계를 갖춘 기업은 포스코뿐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제 2의 반도체'라 불릴 정도로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사업이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모빌리티 및 전력저장장치 산업의 가파른 성장으로 2차전지 소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다.
주요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순수전기차(BEV+PHEV) 기준, 2020년 300만대에서 2025년에는 900만대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2차전지인 리튬이온배터리 시장규모도 2020년 329GWh에서 2025년에 610GWh로 연평균 22%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양극재, 음극재 및 리튬시장 역시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외부환경 변화는 포스코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포스코는 글로벌 완성차사에 철강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철광석, 석탄, 니켈, 크롬, 망간 등 제철 공정에 필요한 수많은 원료와 부원료를 다뤄 본 경험이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랜 기간 해외자원개발과 투자를 해온 풍부한 경험은 성공적인 2차전지 소재 원료 확보와 직결된다.
또 포스코 철강제품 생산 밸류체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공정기술 및 부산물(by-product) 등을 활용, 소재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
사실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10년 전부터 해왔다. 포스코가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정준양 회장 재임시절이다. 2010년 포스코켐텍이 음극재 사업에 진출했고, 2011년에는 휘닉스소재와 2차전지 소재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양극재 사업에도 진출했다. 2차전지 소재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 리튬 광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런 선제적 투자는 과거 문어발식 사업확장이라며 무수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 됐다. 당시 무리하다고 비판을 받은 정준양 호의 사업 확장이 모두 헛된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2018년 인수했던 아르헨티나 ‘옴브레무에르토’ 염호도 대박이 났다. 아르헨티나 염호를 인수할 당시 예상한 리튬 매장 추정치는 220만톤이었는데 최근 이보다 다섯 배가량 많은 1350만 톤이 매장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기차 약 3억7000만 대를 생산하는 데 쓸 수 있는 규모다. 지난 2010년 이뤄진 로이힐 홀딩스 광산 지분투자는 최근 500억원의 배당금으로 돌아왔다.
2차전지 소재사업을 10년전부터 해왔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본격적인 투자를 한 것은 최정우 회장이다. 지난해 광양제철소 인근에 양극재 2공장의 연산 2만5천톤 규모 생산라인을 준공하면서 연산 1만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4만톤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11월엔 2차전지 소재에 1조 원 규모의 증자까지 했다. 지난해 1월엔 LG화학과의 1조8500억원에 달하는 양극재 공급계약까지 맺는데 성공한다.
이러한 2차전지 소재에 대한 선택과 집중은 전기차 등 수요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철강수요 감소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코에게 있어 든든한 보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도 소재사업이듯 2차전지 소재사업도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 포스코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비전있는 사업을 선택했고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사업으로 매출 30조 목표...100조 기업 "꿈이 아니다"
포스코의 미래성장 동력 두번째는 '수소' 사업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 이라는 비전 아래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톤 체제 구축 및 수소 사업에서 매출 30조원을 달성해 탈탄소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혔었다. 매출 30조원은 포스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의 50%를 넘는 규모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을 때 석탄이 아니라 수소를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수소 제철을 위해서는 수소 공급망 구축이 필수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 등의 핵심 기술과 생산 역량을 조기에 갖추고 수소 사업을 그룹 성장 사업의 한 축으로 육성해 미래 수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부생 수소 생산 능력을 7만톤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블루 수소’를 50만톤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동시에 ‘그린 수소’는 2040년까지 200만톤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등 2050년까지 수소 500만톤 생산 체제를 완성할 방침이다.
올해 2월에는 현대자동차와 수소사업 협력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양사는 포스코 포항, 광양제철소에서 운영 중인 트럭 등 차량 1500대를 단계적으로 수소전기차로 전환키로 했다. 제철소 내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서도 상호 협력한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가 수소를, 현대차그룹이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하는 형태의 연료전지발전사업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린수소 생산·이용 관련 기술 개발 및 수소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소재 개발 등 수소에너지 활용 확대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에도 주력한다.
포스코가 수소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2차전지 소재사업과 같이 미래전망이 밝고, 포스코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수소를 자체생산할 수 있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외청정 수소 조달사업에 참여중으로 그린 수소 개발에 참여하고 수소트레이딩에 나설 수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LNG터미널을 운영 중으로 수소 인수 터미널 구축 및 수소터빈발전 전환을 통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포스코의 수소사업 진출을 시장은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사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기도 하지만, 포스코는 이번 투자를 통해 신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것"이라고 예상했다.
2차전지 소재와 수소사업의 미래 매출 목표는 각각 23조와 30조원이다. 이를 합치면 무려 53조원에 이른다. 포스코의 지난해 연결 매출 57조와 맞먹는 규모다. 포스코의 현재 철강부문 매출은 약 30조원으로 연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철강사업 매출을 유지해가면서 계획대로 두개의 신성장동력이 힘을 내준다면 매출 100조 기업을 넘보는 것도 꿈이 아닐 수 있다.
미래성장에 기치를 내걸은 최정우 회장의 도전이 10년, 20년 뒤 어떠한 결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서 차강판 수요 급감이 예상되는 등 철강수요 감소위기 속에서 전세계 철강사들 중 가장 적극적으로 미래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 포스코"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