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크게 다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현장의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이는 '간접살인'이라며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어 책임자들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은 10일 <녹색경제신문>과 만나 "이번 사고는 건설근로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 다수 희생된 간접살인이다. 철거현장에는 불도저같은 중장비가 있어 증거 인멸과 현장 훼손의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은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광주광역시(시장 이용섭)의 최고 책임자를 우선 구속한 뒤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현대산업개발은 다단계하청 구조로 사업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고, 재개발·재건축 및 건물 철거 인허가는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김헌동 본부장은 "이번 사고현장은 46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장인데도, 안전펜스가 아닌 가림막을 설치해 대규모 간접 살인이 일어났다. 만일, 현장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있었다면 이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도 우선 구속한 뒤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재개발, 재건축 현장의 철거와 관련한 안전사고는 다단계하청 구조로 인해 가장 많은 이익을 챙기는 원청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정작 근로현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철거를 하기 때문에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게 된다"면서 "사업비가 줄어 무리하게 철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같은 사고는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재발을 막으려면 아랫 사람 몇명이 책임지는 식이 아니라, 최고 책임자까지 철저히 수사하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경실련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몽규 회장과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했다.
정몽규 회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용섭 광주 시장은 “희생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고, 광주시가 책임지고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현기 광주광역시 동구 건축과장은 이날 오후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건물 해체 과정에서 지자체에 제출된 해체계획서 내용대로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조현기 과장은 "해체계획서에 따라 최상층부터 해체해야 하는데 아래층부터 해체를 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건물이 무너진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며 "현장이 훼손됐지만 사진과 영상 자료를 보면 정상적인 순서로 진행되지는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건물 해체를 위해서는 관리자인 조합이 허가권자인 지자체(동구)에 해체 허가를 받기 위해서 해체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건축사사무소 등 기술자에게 검토를 받은 후 해체계획서와 구조안전성 검토서를 함께 제출한다.
지자체(광주광역시)는 해체계획서를 확인·검토한 후 감리자를 지정해 공사 기간 동안 계획서대로 해체가 되고 있는지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학동4구역 현장에서는 감리를 맡은 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상주하지 않아 화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 과장은 "계획서 위반 부분은 경찰과 국과수 합동감식 결과로 정확히 규명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현장 관계자들이 저층부터 철거했다고 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있다. 2층부터 철거하면서 넘어졌다는 주장인데 밑부분부터 철거를 시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구는 철거를 담당한 하청 시공사와 감리자인 건축사사무소 소장을 안전규칙 미준수와 관리업무 소홀 혐의로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