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수제맥주 전성시대... 중소 양조장 대신 오비맥주가 실속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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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수제맥주 전성시대... 중소 양조장 대신 오비맥주가 실속 챙겨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1.07.28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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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수제맥주 협업 브랜드 KBC, 4대 편의점 브랜드 모두와 콜라보
맥주 위탁생산 허용으로 대기업 진입장벽 무너져... '부익부 빈익빈' 가속
한 편의점의 맥주 진열대 모습.[사진=양현석 기자]
한 편의점의 맥주 진열대 모습.[사진=양현석 기자]

 

세븐일레븐이 28일 출시한 '캬 소리 나는 맥주(이하 캬 맥주)'가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협업 브랜드 KBC를 통해 생산된다. 

'캬 맥주제품 개발은 KBC의 윤정훈 브루마스터가 이끌었다. 윤정훈 브루마스터는 각종 국제맥주대회 수상과 오랜 양조경험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명 브루마스터이자 국제맥주대회 심사위원이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 KBC는 GS25의 ‘노르디스크 맥주’, CU의 ‘백양 비엔나라거’, 이마트24의 '최신맥주 골든에일'에 이어 세븐일레븐의 '캬 맥주'까지 4대 편의점 브랜드 수제맥주의 생산을 모두 담당하게 됐다. 

중소 맥주 제조기업의 각축장이었던 편의점 수제맥주 시장이 어느덧 대기업인 오비맥주의 앞마당으로 변화한 것이다.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orea Brewers Collective)의 약자인 KBC는 지난 6월 1일 오비맥주가 점차 다양해지는 수제맥주 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 크래프트 맥주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목적으로 출범시킨 브랜드다. 

오비맥주 신사업팀인 ‘크래프트 & 스페셜티즈’팀은 ‘KBC’ 브랜드 아래 다양한 협업 수제맥주를 개발하고 국내 수제맥주 시장 내 제품 다양성 확장에 기여할 계획이다.
 
KBC는 대한민국 1위 맥주회사 오비맥주의 양조기술연구소와 이천공장 수제맥주 전문 설비 등 전문성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수제맥주 전문가들과 합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븐일레븐, 배민, 오비맥주 KBC가 협업해 출시한 '캬 소리 나는 맥주'.[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배민, 오비맥주 KBC가 협업해 출시한 '캬 소리 나는 맥주'.[사진=세븐일레븐]

 

KBC의 파괴력은 예상 이상이다. 출범 두 달도 되지 않아 4대 편의점 브랜드의 수제맥주 생산을 독차지하게 됐다. 

편의점 뿐 아니라 많은 유통 채널과 치킨 등 외식 브랜드들도 수제맥주를 출시하거나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수제맥주 시장에서 KBC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KBC의 편의점 시장 독주를 바라보는 기존 중소 브로어리(양조장) 맥주 기업들의 시선은 차갑다. 주세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맥주 위탁생산(OEM)이 가능해지자, 대기업들이 수제맥주 시장에 속속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당초 주세법 개정의 취지는 소규모의 생산시설만을 갖춘 중소 브로어리들이 대기업과 협업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으나, 반대로 대기업들이 유통채널과 손잡고 수제맥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는 결과가 발생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음료 등 맥주 대기업들이 수제맥주 시장에 진입하면서 수제맥주의 정의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또 이 관계자는 "편의점 등 대형 유통 채널과 맥주 대기업들이 소규모 양조장과 함께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OEM이 허용되면서 일부 중소 수제맥주 브루어리들은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제주맥주와 '곰표 맥주'로 대박을 내고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세븐브로이가 바로 그들이다. 세븐브로이의 경우 곰표 맥주의 히트로 생산시설이 부족하자 롯데칠성음료에 생산을 위탁해 CU 편의점 맥주 1위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보는 중소 수제맥주 기업은 극히 일부라, 주세법 개정이 수제맥주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을 가져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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