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여성·저소득 등 사회경제적 지위 낮은 노인일 수록 격차 심각
정부 지원으론 부족... "이커머스 기업 적극적 디지털소외 개선 나서야"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디지털 소외'가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8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정부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800만명을 돌파했다. 고령인구 비율이 20%에 가까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디지털사회의 정보수용능력이 부족한 노년층에 대한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연결·언택트·빅데이터·초고속 시대와 노인의 디지털 소외
언택트 사회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와 접촉을 통해 일상을 영위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제 기계가 제공하는 정보의 격차는 단순한 지식의 차이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따라서 기술에 대한 능숙한 조작능력은 삶의 필수조건이 됐다.
하지만 인지, 기억, 반응능력이 쇠퇴한 노인 신체는 기계와의 신속하고 정확한 상호작용을 요구하는 언택트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돼 왔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일상의 영역까지 팽창하는 가운데 디지털 소외는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50대 이상 노년층의 온라인쇼핑 선호도가 올라 정보격차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먼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의 60대 인터넷쇼핑 이용률 추이를 보면 31.4%로 전년대비 10.6% 증가했지만 여전히 10명 중 7명은 인터넷쇼핑을 하지 않고 있다.
또 ‘2020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시니어 중 ‘자발적 비이용’은 72.5%, 비자발적 비이용 항목에서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이용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75.7%로 밝혀졌다.
특히 연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채주석의 ‘한국 노인 스마트폰 사용 패턴’ 연구에 따르면 노년여성과 저학력, 저소득,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노인의 디지털 정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연구 표본 중 과반수(61%)가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에 속해 사실상 전반적인 노년층은 디지털 정보격차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일 경기도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유모(61세)씨는 “인터넷 쇼핑에 할인행사가 많다고 하는데, 복잡하고 방법을 몰라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아쉽다”며 “혼자사는 노인들은 도와줄 사람도 없어서 더 접근하기 어렵다”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정부 넘어 이커머스 기업의 다층적인 해결방안 필요
노인의 디지털 정보 격차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여러 대책방안에 나서고 있다. 서초 IT교육센터는 유튜브 채널 ‘서초 할마할빠이야기’를 이용해 온라인쇼핑몰, 배달앱 등 사용방법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 서울시는 올해 5월부터 ‘디지털포용사업’을 본격화해 디지털 약자를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 차원의 노력은 홍보 파급력이 약하고 사업규모가 크지 않아 수혜자가 일부 지역에 한정적이란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기업의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노년층이 이커머스 시장의 잠재적인 고객이란 점에서 정부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대응책은 좋은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국내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고령층을 넘어 시각장애인 등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고 주문한데 불편함이 없도록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상품명, 가격, 수량, 배송정보, 상품의 주요 정보는 물론 배송요청사항, 결제정보, 결제방식 등 영역별 스크립트를 지원하고 텍스트를 음성으로 인식해 지원하고 있다”고 2일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은 온라인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대중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이커머스 기업 JD.COM의 사례는 참고할 만 하다. 세계경제포럼은 ‘The Davos Agenda 2021’ 기획의 일환으로 JD.COM의 디지털 소외 해결책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JD.COM은 정기적인 이커머스 교육프로그램을 열어 노년층이 직접 특정 제품을 찾고 할인상품까지 구매해보는 체험하게 한다. 또 노년층을 위한 단순한 인터페이스와 팝업 창을 최소화하는 온라인쇼핑몰을 개발했다. 나아가 작년부터 통신회사 ZTE와 협업해 노년층의 사투리까지 인식 가능한 음성시스템 개발과 옴니채널 이용을 지원하는 인력을 따로 고용하고 있다.
언택트 디지털 시대의 전환에 따라 정보격차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노년층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고려한 사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커머스 시장이 전반적인 일상생활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만큼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다층적인 해결책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