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크로스파이어' 대박...2018년 매출 15억달러 거둬들여
'로스트아크' 글로벌 시장서 호실적 거두며 수익원 다각화 해낼까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註)]
“말 그대로 24시간 일했다. 개발진은 새벽에 날이 밝을 때까지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고 잠시 눈을 붙였다. 중국 시장에 맞게 아예 다시 만든다는 각오로 현지화에 매달렸다. 6개월 내내 밖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들여다봤다. 당시 중국에서 보낸 6개월이 나와 스마일게이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지난 2016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비전제시 최고책임자가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 내놓은 당시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이를 통해 권 최고책임자가 중국 시장 진출에 얼마나 큰 야심을 가지고 있었는 지를 엿볼 수 있다.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시장 성과를 통해 기업의 외형을 한껏 키운 스마일게이트 앞에는 이제 '로스트아크'를 통해 글로벌 MMORPG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글로벌 MMORPG 1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권 최고책임자와 스마일게이트가 어떤 전략을 펼치게 될 지를 놓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터닝포인트
소자본 모아 스마일게이트 창업, '크로스파이어'로 대박
1974년생인 권 최고책임자는 1999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창업을 선택했다.
당시 IMF로 인해 취업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권 최고책임자는 약속된 삼성전자 입사를 포기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는데, 이 때 설립한 기업이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포씨소프트다.
권 최고책임자를 과거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5년 후에 후회하지 않을 지를 고민했다"고 창업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2년 권 최고책임자는 포씨소프트를 동업자들에게 물려주고 나온 후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게임 개발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본격적으로 이루기 위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2007년 스마일게이트는 온라인 FPS 게임인 '크로스파이어'를 선보였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는 '서든어택'이 FPS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어 '크로스파이어'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중국 시장에서 대박이 터지면서 FPS 동시접속자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고사양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은 중국에서 저사양 FPS게임이었던 '크로스파이어'가 활약할 여지가 많았고 스마일게이트가 중국 출시를 앞두고 현지화 작업에 공을 들인 점이 주효했다고 바라보고 있다.
당시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스마일게이트의 행보를 놓고 무모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글로벌 FPS 시장에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시리즈가 압도적인 인기를 보이고 있었고, 국내 시장에서는 '서든어택'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 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최고책임자는 '크로스파이어'의 게임성이 먹혀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 최고책임자는 지난 2006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온라인 총싸움게임시장이 포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든어택'의 경우가 좋은 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든어택이 스페셜포스의 이용자를 많이 빼앗아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스페셜포스의 동시접속자수는 서든어택이 나온 전후로 큰 차이가 없다. 새로운 수요가 생긴 거다. 스페셜포스, 서든어택과 경쟁이 긴장되기도 하지만 크로스파이어도 그만큼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며 권 최고책임자의 말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권 최고책임자는 포브스 선정 우리나라 부호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 성공과 위기 - 크로스파이어 대박 후 매출 급성장, 그후 이어진 부작용
지난 2008년 스마일게이트는 중국 텐센트와 계약을 맺고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 출시했다.
크로스파이어는 2009년 동시접속자 수 1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2010년 200만명, 2011년 300만명을 돌파하며 한 때 동시접속자 수 1위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크로스파이어는 지난 2018년 세계적으로 매출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을 내며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와 함께 세계 매출 5대 게임에 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존재했다. 지난 2012년 권 최고책임자는 네오위즈게임즈(현재 네오위즈)와 크로스파이어 사업권리를 놓고 법정다툼을 벌인 것이다.
스마일게이트게임즈는 네오위즈게임즈와 맺은 계약이 배급계약이라고 주장했지만 네오위즈게임즈는 공동사업계약이라고 주장하며 분쟁이 발생했다.
결국 스마일게이트게임즈는 2012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네오위즈게임즈를 상대로 크로스파이어 상표권 반환소송을 냈다.
두 회사는 중국 서비스계약 만료시기를 기존 2013년 7월에서 3년 연장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뤄냈다.
한편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지난 2019년 7월 모바일게임 '에픽세븐'의 운영을 놓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유저가 불법 프로그램으로 게임 내 수치를 조작한 것이 알려지면서 해당 논란이 촉발됐는데,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유저가 과금으로 능력치를 올리는 가운데 일부 유저들이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이후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결함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바로잡았다고 주장했지만 또 다른 이용자가 외부 프로그램으로 게임을 조작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함을 증명하며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다수의 유저들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의 사과 방식을 놓고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과문이 실질적인 사과의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라 소수 이용자를 탓하는 데 그치면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향후 과제
대박 MMORPG '로스트아크' 해외 서비스 속도 붙여야
권 최고책임자는 최근 흥행세를 탄 MMORPG '로스트아크'의 해외 서비스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스마일게이트의 매출 90% 가까이를 '크로스파이어'가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로스트아크'의 매출 비중을 끌어올려 수익원 다각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북미·유럽 시장에서 '로스트아크'를 향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어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북미 유튜버들은 '로스트아크'를 소재로 삼아 영상을 제작하는가 하면 VPN을 사용해 한국 서버에 접속을 시도하는 해외 유저들도 있을 정도다.
이에 스마일게이트는 게임을 신사업으로 삼은 아마존과의 협력을 통해 '로스트아크'를 북미·유럽 시장에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아마존의 게임 부문 계열사인 아마존게임즈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를 첫 대형 퍼블리싱 타이틀로 삼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더불어 스마일게이트는 PC온라인게임의 비중이 높은 게임 라인업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과제 역시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스마일게이트그룹은 '로스트아크'의 모바일, 콘솔 버전을 제작하는 데 속도를 붙이고 있으며, 특히 서구권 콘솔 게임 시장 공략을 위해서 '크로스파이어 X'를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
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락스타, 유비소프트, 크라이텍 등 유명 회사 출신 개발자들로 조직을 꾸려 다양한 콘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트리플 A급 콘솔 시장을 적극 공략해 '고티(Game Of The Year)' 최다 수상을 노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권 최고책임자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지고 있는 IP 역량 강화 역시 꽃을 피울 지도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크로스파이어' IP로 제작된 드라마 '천월화선'을 통해 중국에서 누적 시청 1억뷰를 돌파하는 등 영상 콘텐츠 부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 향후 이와 같은 IP 기반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권 최고책임자는 과거 창업 토크콘서트에서 "스마일게이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IP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스마일게이트를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키워내고 싶어하는 권 최고책임자의 꿈이 이뤄질 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금재 기자 game@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