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그룹의 2조원대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유럽연합(EU)의 최종 결정이 이번 주에 나올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즈(FT) 등 복수의 외신은 EU 관계자가 '한국의 3대 조선사 중 두 곳의 협력이 반경쟁적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news/photo/202201/293742_317110_3916.jpg)
▲현대重·대우조선해양, 지난해 전체 LNG운반선 발주의 67% 휩쓸어...EU, 독점 우려 커진 듯
영국의 조선해운시황분석업체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이들 3대 조선사는 지난해 367척, 459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다.
한국의 조선3사는 지난해 발주된 78척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중 무려 68척을 수주했다. 이 중 현대중공업그룹이 36척, 16척을 차지했다. 두 기업이 전체 LNG운반선 발주의 67%를 휩쓸었다. LNG운반선(17만4000m³)의 척당 단가는 2억1000만 달러(약 2500억원)에 이를 만큼 고가다.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압도적인 한국조선의 기술력이 EU의 반독점 원칙을 자극한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EU는 전체 조선 발주량의 약 3분의1을 차지하고 있어서 EU가 반대한다면 기업결합은 사실상 어렵다.
FT는 EU관계자를 인용해 이번주에 이같은 결정을 확정하고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U는 당초 오는 20일까지 합병 검토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의 이같은 결정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적어도 최근 몇달간 EU의 기업결합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는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LNG가격 폭등 같은 변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반독점 금지에 대한 우려는 처음부터 있던 것이기도 하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조차 같은 이유로 기업결합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당초 산업은행이 반독점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기업결합을 지나치게 낙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노르웨이 크누센사에 인도한 LNG운반선의 모습. [사진=현대중공업]](/news/photo/202201/293742_317111_3938.jpg)
▲EU 독점 금지 규제기관, 2019년 부터 여러차례 조사 거쳐 반대 의사 굳힌 듯
FT에 따르면, EU는 2019년 12월에 세 번의 조사로 바뀌었던 첫 번째 조사를 처음 시작한 후 여러 차례 결정을 연기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EU의 독점 금지 규제 기관은 1년 이상 조사절차를 중단한 후 합병에 대한 조사를 재개했다고 보고했다.
작년 말에 현대중공업의 조선부문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조선소 일부 매각을 포함해 12월 7일까지 개선 제안을 하도록 요청했는데, 이는 결합된 조선소 기업이 통제할 LNG선 신조선 시장 점유율을 낮춰 EU의 우려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 사이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LNG선 건조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16척의 대형 LNG선을, 현대그룹은 36척을 수주했다.
만일 기업결합이 승인된다면 LNG선 시장의 7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돼 공정한 경쟁 규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EU 독점금지 기관의 우려였기 때문에 현대중공업그룹은 시장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LNG선 신조선가 인상을 보류하고 소규모 조선소에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답변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7일로 정해졌던 마감시한을 넘기고 EU와 합의하지 않았다.
▲현대重·대우조선해양, 수주·환율 호조로 각자 도생도 가능할 듯
만일 합병이 무산되면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에는 문제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8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수주실적이 낙관론의 바탕이다. 금액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약 27조원, 대우조선해양은 약 13조원 규모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목표대비 152%, 141%를 달성한 수치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ESG경영을 외치며 선두 굳히기에 들어간 현대중공업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약 4.4조원의 매출 추정치에 비하면 약 3배에 이르는 수주실적을 올린 데 이어 이달에만 LNG운반선 2척, 해양플랜트 1기 등 총 3척, 기 약 9.7억 달러(약1조1500억원)를 신규로 수주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많은 실적이다.
그 동안 공들인 산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겠지만, 이들 두 기업은 이같은 수주호조에 힘입어 각자 도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카타르석유청(QP)의 발주가 임박한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 수주와 함께 석유· LNG가격 폭등에 따른 해양부문의 수주도 조심스럽게 관측되고 있고 수출 비중이 압도적인 조선업계가 환율 인상에 따른 부수입도 짭짤할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고전했던 이유는 해양 부문 때문인데, 최근 석유가격과 LNG가격이 반등하고 있어 수주가 기대된다"며 "철강 가격과 선박 금융만 뒷받침해준다면 환율도 상승 국면이어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환율은 지난해 초 달러당 1080원대에서 올해 1190원대로 약 10%가량 높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