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풀무원 등 식품업계 '여성' 사외이사 선임 박차
여성 인력풀 문제 "전문성 저하vs근거 빈약" 찬반양론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식품업계가 앞다퉈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선정하고 있다. 오는 8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식품업체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 이에 여성 인력풀이 적어 사외이사 전문성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한편에서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식품업계, 자본시장법 개정 선제 대응
오는 8월 개정 시행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 이사로 구성할 수 없다. 주요 대기업은 올 7월까지 여성 등기 이사를 최소 1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에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유명한 식품업체도 올해 정기 주총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상정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오뚜기는 선경아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부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선 교수는 1981년생으로 호텔외식경영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선 부교수는 오뚜기 신규 사외이사 후보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오는 25일 정기주총에서 선임이 확정되면 임기 3년간 오뚜기 첫 여성 사외이사가 된다.
풀무원은 이지윤 한국수력원자력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고 현재 이경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이지윤 신임 사외이사는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사외이사로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여성 인력풀 없어 vs 근거 빈약"
이처럼 개정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여성 사외이사를 모시려는 재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대부분 남성 위주로 이사를 구성한 식품업계인 만큼 경직된 조직문화가 한층 유연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외이사 성별 쿼터제 취지는 이해하나 여성 인력풀이 적어 기업 부담만 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사실 여성 인력풀 부족 문제는 여성 할당제 관련 법안이 국내에서 처음 논의될 때부터 제기돼 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성 전문가 인력풀이 부족한 가운데 규모가 큰 대기업 위주로 인재가 먼저 편성된다”며 “선택의 폭이 적다 보니 기업의 이익과 맞지 않는 인재를 단순히 규제에 따라 충원하는 식의 이사 선임이 불가피해 전문성 저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15일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한편 여성 인력풀 부족 문제는 근거가 빈약해 핑계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15일 <녹색경제신문>에 “여성 인력풀이 부족해 사외이사 전문성이 저하된다는 재계의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며 “여성 관료 비중은 확대 추세에 있고 여성 법조인과 교수도 충분해 재계의 적극적인 채용 의지만 있다면 인력풀 문제는 적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내 여성 변호인 회원은 8000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며 국립대 여성 교수 비중도 20%를 넘었고 학계는 향후 10년 안에 3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이외에도 중앙부처 관료도 2017년 대비 40% 늘어 15% 가까이 늘었고 향후 더 확대될 전망”이라며 인력풀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성차별적인 인사 문화가 만든 편견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