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게임 등 하이엔드 PC 시장 커지는데 … LG·삼성은 소비자 외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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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게임 등 하이엔드 PC 시장 커지는데 … LG·삼성은 소비자 외면, 왜?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4.12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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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밍 PC 시장 급성장 … 코로나·게임·메타버스 영향
- 데스크탑, 노트북은 물론 모니터, 스피커 등 하이엔드 제품 인기
- 마진율 높아 수익 커 … 일반 사무용 PC와는 부가가치 비교 안돼
- 코로나·가상화폐 채굴로 그래픽카드 등 부품 가격 고공행진 …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 완성 PC 인기
- LG 울트라기어·삼성 오디세이 등 국내 브랜드 부진 … 사양 대비 지나친 고가 탓
게이밍 PC 구성 [사진 제공=커세어]
게이밍 PC 구성 [사진 제공=커세어]

코로나 이후 게이밍 하이엔드 PC 폭발적 인기 … 브랜드 제조업체들 경쟁 치열

바야흐로 게이밍의 시대다. 코로나19는 이미 성장세에 있던 게임 시장에 불을 붙였다. 재택근무와 실내 취미생활이 보편화되면서 PC 수요와 게임에 대한 관심이 모두 폭발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게이밍 PC 시장 규모는 2019년 4130만 대(출하량 기준)에서 오는 2025년 5230만 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5% 수준의 성장세다.

데스크탑과 노트북은 물론, 모니터와 스피커, 마우스, 헤드셋 등 게이밍 기어를 포함한 이른바 하이엔드(high-end) 제품군의 인기가 이러한 통계를 뒷받침한다. 일례로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게이밍 모니터(주사율 120㎐ 이상) 출하량은 1800만대로, 전년(1366만대) 대비 31.7% 성장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772만대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인기에 브랜드 PC 제조업체들도 게이밍 시장에 진출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과거에는 게임용 컴퓨터의 경우 용산 등지에서 직접 부품을 구매해 조립하는 매니아 문화가 일반적이었다면,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발품을 팔아 PC를 조립할 시간적 여유나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완성품 PC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마더보드와 그래픽카드 등 컴퓨터 부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온 MSI와 에이수스(ASUS) 등 대만 기업들은 물론, HP와 델(DELL) 같은 미국 컴퓨터 회사들도 하이엔드 PC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들이 게이밍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바로 수익성이다. 일반 사무용 PC의 경우 가격대가 많이 내려온 데다 수요가 한정적이라 수익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게이밍 PC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데다 소비자들도 높은 사양을 원하기 때문에 지갑을 여는 데 망설임이 적다. 그만큼 마진율이 높고 부가가치가 클 수밖에 없다.

한편 시장에서 브랜드 PC 제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완성된 PC를 구매하기 때문에 직접 부품을 사 조립하는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함’은 단순히 심리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과 경제성의 문제일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지고 비트코인 채굴이 인기를 끌면서 핵심 부품인 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등한 상황도 한몫 했다. 어차피 부품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데다 공급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브랜드 PC를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아졌다.

용산전자상가에서 부품과 수입 브랜드 PC를 함께 취급하는 한 업주는, “완성품 PC 제조업체들은 기존 판로를 이용해 대량으로 부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개별 소비자들에 비해 원가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괜히 컴퓨터 구성에 골치를 썩느니 차라리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낫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 출발 단계인 메타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면 고사양 프리미엄 PC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업체들 뛰어드는데 … 삼성·LG는?

삼성전자는 2017년 게이밍 노트북인 ‘오디세이(Odyssey)'를 내놓으며 게이밍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오디세이를 자사의 게이밍 라인업 명칭으로 사용하면서 같은 이름의 데스크탑과 모니터 등도 출시했다. LG전자는 2019년 기존 고성능 라인업인 울트라 PC를 리뉴얼해 ‘울트라기어(Ultragear)’를 게이밍 PC 라인업으로 내세웠다.

LG전자가 RTX 3080 그래픽카드 탑재 기준 549만원에 선보인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노트북 [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가 RTX 3080 그래픽카드 탑재 기준 549만원에 선보인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노트북 [사진 제공=LG전자]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먼저 국내 대표 제조업체답게 편리한 AS와 내구성, 최적화 서비스가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조립PC의 경우 전문적인 제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보니 브랜드 PC보다 잔고장이 많은 경향이 있다. 때문에 웬만한 컴퓨터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이상 매번 용산 등지의 업체를 찾아 수리하는 것은 몹시 번거로운 일이라는 점에서 튼튼하고 사용이 편한 데다 쉽게 AS가 가능하다는 것은 큰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구매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사후 관리’보다 피부로 체감되는 변수가 있다. 바로 가격이다. 이들 제품의 결정적인 단점은 높은 가격인데, 위에 언급한 장점을 고려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는 평이 많다. 특히 조립 PC는 물론 타 브랜드 업체의 제품들과 비교해도 가격이 높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다.

올해 LG전자가 공개한 17인치 울트라기어 노트북의 경우 RTX3080을 탑재한 최상위 모델의 경우 549만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완성품 게이밍 PC 시장의 강자로 평가받는 에이수스에서 출시된 비슷한 사양의 모델들이 300만원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200만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당장 LG전자의 제품 발표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노트북 한 대 값 차이다”, “두 대 같은 한 대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성능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들도 가격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우려를 표했다.

삼성의 오디세이 라인업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단적인 예가 오디세이 데스크탑이다. 2019년 2월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출시된 마지막 모델의 경우 인텔 9세대 CPU인 i7-9700과 중급 그래픽카드인 RTX2070을 탑재해 사양 면에서 무난한 ‘중상급’ 정도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360만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큰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제품이 최적화가 잘 되어있고 내구성이 좋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지나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게이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양인데, 부품의 성능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최적화나 내구성이 아무리 좋아도 한계가 있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크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장점으로 꼽힌 AS도 매니아가 많은 게이밍 PC 시장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컴퓨터를 잘 알거나 모르더라도 인터넷을 보고 충분히 따라할 수 있는 젊은 층이 많다. 이들에게 AS를 잘해준다는게 그 정도의 가격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들 한국 업체들의 게이밍 PC 판매 성적이 크게 좋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가의 사무용 PC 시장에서는 이들이 강자이지만, 고사양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심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AS에 대해 이야기한 업계 관계자도 “가격이 워낙 높으니 마진도 높았을지는 모르겠지만, 판매 대수 자체가 많았을 걸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단적인 예로 데스크탑의 경우 LG전자는 라인업이 없고, 삼성전자는 2017년 출시한 모델을 2019년에 일부 업그레이드한 걸 제외하면 최근 출시작이 없다. 경쟁력이 있고 수익성이 좋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게이밍 PC보다는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더 주력하는 모양새다. 두 회사 모두 디스플레이에 많은 노하우를 가진 만큼 모니터 시장에서는 크게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결국 어떻게든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당분간 AS 비용이나 인건비 등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마진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것밖에 답이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게이밍 시장은 기존 컴퓨터 시장과는 다른 시장이기 때문에 ‘삼성’과 ‘LG’라는 브랜드 가치가 그 정도의 가격 차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게이밍 PC 시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거나 포기한다면 상관없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분석한 것처럼 수익성이 높고, 메타버스의 영향으로 장래성도 있는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적절한 전략인지는 의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애플이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PC는 물론 모니터와 TV, 스피커 등을 아우르는 게이밍 시장이 다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지 모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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