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침해 심각"...'작업거부권' 도입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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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침해 심각"...'작업거부권' 도입 의견도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2.05.0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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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생활물류센터 종사자 노동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노동자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 산재처리 5.5% 불과
산업 특성상 노동시간 규제 부담, '작업거부권' 도입 필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생활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분석한 결과, 극도로 열악한 작업조건에서 심각한 인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물류센터 화재 및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작업거부권’을 도입해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사법적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물류센터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환경에 관련한 의미 있는 실증 연구가 공개돼 주목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개한 연구용역보고서 ‘생활물류센터 종사자 노동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다.

한 민간경제 연구소 관계자는 9일 <녹색경제신문>에 “이커머스 시장에 전세계 자본이 집중된 가운데 국지적인 노동규제는 기업을 넘어 국가경쟁력 차원의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글로벌 차원의 연대가 어느 정도 성숙할 때까지는 작업거부권의 사법적 권리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권위는 사단법인 참세상 부설 참세상연구소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에 의뢰한 연구용역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단일품목 판매사·택배사·종합판매사 물류센터 노동자 496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52명의 노동자 및 관리자를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작성했다. 관련 내용은 ▲야간노동 ▲장시간 노동 ▲극심한 노동강도 ▲중층화된 도급구조 등으로 분류된다.  

먼저 노동강도 관련 연구결과, 노동자 496명 중 385명(77.6%)는 물류센터 업무를 ‘빨리 걷는 수준 이상의 힘듦’이라고 답했다. 특히 상·하차 작업의 경우는 43.5% 노동자가 ‘달리기하는 수준’이라 응답했고, ‘계속 빨리 걷는 수준’이라 응답한 노동자도 34.3%에 달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 노동하며 물류작업장 출퇴근시간을 고려해 수면시간은 하루 3~4시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노동자들은 근로시간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없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 중 일부는 셔틀버스 운영을 최소화해 근로자의 연장근무를 유인하는 강압적인 노동통제로 비판 받기도 했다.

노동자 496명 중 18%는 입고·집품·포장·운반·분류·상하차 등 작업 과정에서 허리, 목, 근육통, 손·팔·다리 저림 등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산재처리를 받는 노동자는 응답자 546명(중복응답) 가운데 30명(5.5%) 정도에 불과했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했거나 근무환경 상 병가를 내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일용직의 경우 인력업체들이 산재신청을 하는 노동자를 블랙리스트로 공유해 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보고서에 응답한 노동자 중 계약직은 37.1%, 일용직은 31.9%, 상용직은 30.0%로 집계됐다. 이에 연구진은 파견법의 근본적 폐지와 더불어 근로자에 대한 원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이력관리를 제안했다. 또한 택배회사 물류센터를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고 야간노동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새벽배송 시장이 이커머스업계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가운데 야간노동시간 규제는 산업발전에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물류센터 자동화가 급성장중이지만 여전히 노동집약적 성향이 강해 노동시간 규제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선 인위적인 규제 보다 노동자들의 ‘작업거부권’을 보장해 보다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주목된다. 이에 관해 연구진은 택배물류 노동자를 과로위험 직업군으로 지정하고 작업거부권 부여 방안도 고려하자고 제안했다.

작업거부권은 산업안전보건법 제 52조 1항에 규정된 노동자의 ‘작업 중지권’의 일환이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 스스로 작업이 위험하다고 판단할 시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다만 현행법상 사용자인 '갑'의 권리가 크기 때문에 사실상 개별노동자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이에 작업 과정 중 급박한 위험상황을 구체화하고 책임주체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보다 강화된 ‘작업거부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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