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주가 20% 폭락으로 인수 자금 마련에 ‘빨간불’
- 트위터도 인수 계약가 대비 주가 25% 떨어져 … “가격 조정 시도”
- “10억 달러 위약금 물고 출구전략 찾을 것” 분석도 나와
‘가짜계정’ 문제로 줄다리기 하는 머스크-트위터 … “판 흔들기” 결과는?
최근 트위터의 봇(가짜계정) 문제를 두고 트위터 측과 대립하며 인수를 보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현지 시각 17일 “가격 조정도 논의 대상”이라고 언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전격적인 인수 발표 후 트위터 주가가 하락하고 있고, 자금 마련을 위해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해야 하는 테슬라 주식 역시 20% 이상 폭락하면서 머스크가 ‘판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가격 조정 시도에 실패할 경우 머스크가 10억 달러에 이르는 위약금을 물고 거래를 종료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의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 내 가짜계정이 5% 정도 존재한다는 트위터 측의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진행 중이던 인수 거래를 보류했다. 머스크는 17일 마이애미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해 “트위터 계정 2억 2900만개 중 스팸 봇(가짜계정)이 최소 20%라고 본다”며 이러한 견해 차이를 분명히 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이어 “더 낮은 가격으로의 인수가 조정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언급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 가치가 하락하고 테슬라 주가 폭락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가격 조정을 위해 ‘판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짜계정’ 문제를 빌미로 거래를 보류시키고 새로운 조건을 협상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물건값은 떨어지고 지갑은 얇아지고” … 출구전략도 고심
머스크는 지난달 14일 트위터를 주당 54.20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해 거래가 성사됐다. 그러나 트위터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월요일 37.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대로라면 머스크가 트위터의 현재 가치에 비해 주당 17달러 이상 ‘비싼 값’에 트위터를 사들이는 것이 된다. 한 마디로 거래 발표 직후 물건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금 조달 방안을 발표하며 그가 가진 테슬라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고 밝혔는데, 테슬라 주식 역시 발표 이후 20달러 이상 폭락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테슬라 시가 총액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발표 이전에 비해 3분의 1 이상 증발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머스크가 가진 가상화폐 등 다른 현금성 자산에 대해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적어도 머스크가 발표한 자금 조달 방안에는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테슬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단순히 대출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머스크에게 테슬라는 ‘안방’ 같은 개념이다. 테슬라를 기반으로 스페이스X 등 다른 사업도 벌일 수 있었기 때문에 테슬라가 흔들리면 트위터 인수 같은 새로운 사업 추진에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더구나 트위터 인수는 테슬라 주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사안”이라고 짚었다.
머스크 입장에서 테슬라 주가가 현 시점에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트위터 인수가 440억 달러(한화 약 56조 5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거래라는 점도 부담을 크게 하는 요인이다.
전날 가짜계정 문제를 지적한 머스크의 트윗이 ‘비밀 거래 조항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트위터 측은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가 “트위터의 가짜 계정 조사 방식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트윗을 남기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에 대해 ‘배설물’ 모양의 이모티콘과 함께 “그렇다면 트위터에 광고를 하는 광고주들은 무슨 근거로 돈을 지불하느냐”는 트윗을 남겼다.
양측의 대립이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위약금을 물고 거래를 종료하는 ‘출구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계약상 머스크가 지불해야 할 위약금은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80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10억 달러가 위약금으로 쓰기에 큰 돈이긴 하지만, 트위터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머스크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황이 악화되고 거래가 불리해지는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해 추가 손해를 입는 것보다 10억 달러로 ‘탈출’을 도모하는 것이 이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도 머스크가 거래 자체에서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가짜계정 문제로 일단 판을 흔드는 데 성공한 머스크가 상황을 어떻게 끌고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