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사실 관계 확인 중"
- HMM, 사실상 국영기업...FMC가 '담합'으로 결론내면 국가적 망신
지난 8일 미국 고급 식품 회사인 MSRF가 HMM(대표이사 김경배)과 대만의 양밍해운을 연방해사위원회(FMC)에 고소한 것과 관련해 피소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화주들의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나온 제소인데다 지난 13일 미 하원이 '외항해운개혁법개정안(OSRA2022)'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FMC의 판단 여부에 따라서는 유사한 소송이 잇따라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FMC의 조사권이 대폭 강화된데다 당초 미 의회가 자국 화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29일 HMM 관계자는 "MSRF의 주장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말에 FMC는 2년간의 조사 결과 원양해운업체들이 공모나 담합한 징후가 없다고 결론낸 바 있다.
▲MSRF "장기계약하고 HMM 25개 중 9개·양밍 100개 중 4개만 운송...220만 달러 손해 "
최근 더로드스타, 스플래쉬 247닷컴 등 복수의 해운전문 외신들은 일제히 "미국 고급 식품업체 MSRF가 HMM과 양밍이 담합해 이전에 합의한 장기계약을 위반하고, 가격을 조작했다고 FMC(연방해사위원회)에 공식 고소했다"고 전했다.
대만 해운업체인 양밍과 HMM은 같은 해운동맹(디얼라이언스)의 정회원이다.
MSRF는 "해운사는 가격을 조작했고, 화주를 인위적으로 가격을 높인 현물 시장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전례 없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가는 비용은 현재 현물 시장에서 40FT 1개당 2만5000 달러(약3000만원)도 넘을 것"이라며 "전 세계 해상 운송업체들로부터 '위법 행위'를 직접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MSRF는 "HMM과 양밍이 MSRF와 장기계약을 하고도 MSRF가 요청한 화물량의 일부만 실어줬기 때문에, 고가의 현물 시장으로 내몰렸다"면서 "그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지금까지 220만 달러를 넘는다"고 말했다.
MSRF의 제소에 따르면, 지난해 HMM은 25개의 운송 요구에 대해 9개만, 양밍은 100개의 운송요구에 대해 4개만 계약대로 실었다.
▲HMM "사실관계 확인 중"
HMM 관계자는 29일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고, 아직은 공식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 의회가 화주의 이익 보호쪽으로 기울면서 이같은 소송이 나온 배경이 됐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번 제소가 중요한 이유는 다른 화주들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양밍은 실제로 장기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만일 FMC가 MSRF의 손을 들어준다면 다른 화주들도 잇따라 고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제소의 판결 기한은 오는 12월 22일까지다.
앞서 지난달말 레베카 다이 FMC 위원은 지난 2년간 해운담함 관련 혐의를 조사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해운업체의 담합은 없었고, 치열하게 경쟁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해운업체들의 담합 사실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HMM, 사실상 국영기업...FMC가 '담합'쪽으로 결론내면 국가적 망신도 감수해야
또 한가지 문제는 HMM의 소유주가 한국 정부라는 사실이다. 한국산업은행이 20.69%,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가 19.96%, 신용보증기금 5.02%로 정부지분이 45%를 넘고, 해양진흥공사가 단독관리를 하고 있다.
만일, FMC가 '담합'쪽으로 결론을 내면 금전적 손해배상은 물론, 국가적인 망신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진공의 주무부처는 해양수산부다. 조승환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민영화 당분간 생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원양해운업은 공해와 다른 나라 항구에서 기업활동이 이뤄지는 특징이 있어 국유화에 따른 위험이 그만큼 복잡하고 클 수도 있어 FMC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