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금산분리 제도 개선" 약속
은행 중심에서 사업구조 벗어나 비금융 사업 탄력받을듯
금융지주들의 비금융 신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주요 정책 방향으로 규제 완화·핀테크 산업의 성장에 초점을 둔 만큼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미래를 위해 실물경제와 미래 유망산업에 대한 정책자금지원을 확대하고 금융권의 디지털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편작업에도 구체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해보면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 법제화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은행의 비금융 자회사 출자 한도가 15%로 제한돼 있지만 새해부터 100%까지 완화할 예정이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인 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현 금융업법은 금융회사의 업무 범위를 고유업무, 부수 업무로 구분하고 있다. 부수 업무는 은행 업무와 연관성이 존재하는 경우만 허용된다. 연관성이 없을 때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같은 빅테크 업체가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은행들의 고유 영역을 위협해 왔다"며 "플랫폼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빅테크 업체들과 달리 규제장벽에 가로막힌 기존 은행들의 경우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제4차 금융구제혁신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에 따르면 일부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분야에 대해 은행이 자유롭게 진출하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완화 개선방안에 대해 세 가지 큰 틀에서 고심 중이다.
먼저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다. 규제 체계 틀을 유지하면서 부수 업무의 경우 출자 가능 범위에 디지털 전환 및 사회적 기여 관련 업종을 목록에 추가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이와 상반된 개념인 네거티브 방식이다. 제조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출차를 허용하고 대신 위험 총량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한다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자회사 출자와 관련해 정책에 허용되지 않는 것만 명시하고, 부수 업무를 가능한 업무만 나열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즉 자회사 출자에는 네거티브 방식을, 부수 업무에는 포지티브 방식을 따르는 방식이다. 자회사 출자는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한 취지다.
정순섭금융규제혁신회의 위원은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개선은 디지털 전환과 빅블러 시대에 금융·비금융 간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사업 모델과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는 데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비금융 사업이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현재 비금융 플랫폼으로 신한은행 배달 앱인 '땡겨요'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인 '리브엠'의 경우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샌드박스)로 인정받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민은행 알뜰폰 사업 '리브엠(Liiv M)'은 지난 2019년 제도 출범과 동시에 지정된 제1호 혁신금융서비스다. 리브엠은 최근 발표된 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의 혁신금융서비스인 배달앱 ‘땡겨요’는 출시 8개월 만에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또 신한은행은 배달 라이더의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심사 문턱을 크게 낮춘 ‘쏠편한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을 비롯해 땡겨요에 입점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땡겨요 사업자 대출’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지주 차원에서 비금융업 협의회를 출범시켜 그룹 내 금융업 융합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 노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제도 변경 전이라도 혁신금융 서비스 신청 등 추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 구체적인 업종은 미정인 상태로 우리금융그룹의 자회사와 논의해 금융과 시너지가 나는 업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금산분리 완화의 구체적인 추진안을 고려해 비금융업 사업에 대해 진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함영주 회장은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 제휴와 투자를 통해 다가올 새로운 디지털 영역 개척과 새로운 영역으로 업위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