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경험 필수, 정치인·교수·공무원 경력만 있는 인재는 사실상 1차 탈락”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돌연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 사퇴를 발표하면서, 향후 KT의 수장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혼란을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KT 이사회는 현재 진행중인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구현모 대표가 KT 이사회에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해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라며, "이로써 구 대표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직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구현모 대표가 빠진 KT의 차기 대표이사직 경쟁은 사실상 사내 후보에서 2~3명, 사외 후보에서 2~3명 정도 사이에서 이뤄질 것으로 윤곽이 잡힌다.
KT 내부 소식을 잘 아는 한 고위관계자 A씨는 <녹색경제신문>에 “KT 이사회의 공개경쟁 모집 이후 사내외 많은 후보들이 모였지만 사실상 압축 과정을 거치면 소수 명단으로 구성된 '숏리스트'가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A씨는 “일단 KT의 차기 CEO에는 IT 경험이 필수 요건이 될 것이라는 게 내부적으로 중론”이라며, “정치인, 교수, 공무원 등 경력에 치중된 후보는 사실상 1차 압축 과정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KT는 디지코(DIGICO) 기업으로의 전환 선언 이후 지난 3년간 비즈니스 전략과 모델을 성공적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에도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비통신 매출 비중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회사 비전을 끌고 가려면, IT 전문 인재가 대표 자리에 적합하다는 여론이 회사 내부적으로도 큰 것으로 보인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열흘가량 진행한 대표이사 공개경쟁 모집 결과 총 18명의 사외 후보자가 지원했으며, 이와 함께 구현모 대표를 포함한 16명의 사내 후보군까지 총 34명이 경쟁을 펼치게 됐다고 발표했다.
◇ 사내 후보 각축전 예상?..."능력 있는 2~3명 정도로 압축"
당초 사내 후보 중에는 최종 결승선에 올라갈 인사로 구현모 대표가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이번에 사퇴를 결정하면서 각축전이 예상된다.
A씨는 "현재 사내 후보 18명 중 실제 경쟁력 있는 사람은 2~3명 정도로 압축될 것"이라며, "특히 KT가 최근 통신이 아닌 플랫폼 회사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AI 등 첨단 기술이나 금융 등 분야를 다각적으로 알 지 못하면 경영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내 후보 명단에서 KT 사장단 인사를 추려보면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등이 거론된다.
강국현 사장은 KT 마케팅부문장과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2021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박종욱 사장 역시 강국현 사장과 함께 2021년 사장 승진하며 구현모 대표를 최측근에서 보좌한 인사로 지목된다. 영업부장, 마케팅본부 부장, IT전략본부장을 거쳐 경영기획부문을 지휘하고 있다.
윤경림 사장은 통신3사와 CJ, 현대자동차까지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 최근 KT와 현대차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김철수 케이티스카이라이프 사장, 윤동식 케이티클라우드 사장, 정기호 케이티 알파 사장, 최원석 비씨(BC)카드 사장, 홍기섭 에이치씨엔(HCN) 사장 등 KT 계열사 임원들도 사내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 "정부 낙하산 인사는 없다"...KT 출신 전직 인사 눈길
외부 인사 후보에서는 KT 출신 전직 인사들이 눈에 띈다. 권은희 前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 김기열 前 KTF 부사장, 임헌문 前 KT 사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KT의 비즈니스 규모가 최근 급속도로 커진 상황을 고려했을 때, 회사 현안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의 여부가 심사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KT 처럼 규모가 크고 비즈니스가 많은 회사를 이끄려면 전직 KT 내부 출신이라 해도 회사를 벗어난 지 너무 오래되지는 않았는지, 나이는 적당한 지가 고려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직 KT 임원들은 사실상 경쟁이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구 대표는 3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디지코 전환의 성과가 뚜렷했다.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비즈니스 전략 자체를 탈바꿈시켰다”라며, “겉으로 보이는 실적이나 성과만 봐도 실질적으로 전직 KT 임원이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또는 여권 출신 인사를 강하게 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점을 미뤄봤을 때 이번 KT 대표직 사외 후보자 명단에서는 김성태 現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윤진식 前 산업자원부 장관 등 인사가 거론된다.
그러나 이번 후보자 명단에는 사실상 '낙하산 인사'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A씨는 "후보 명단에는 전·현직 정부쪽 인사도 포함돼 있지만, 모두 그 분들이 원해서 지원한 것이지 낙하산 인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최방섭 前 삼성전자 부사장, 최두환 前 포스코ICT 사장, 박종진 現 IHQ 부회장 등 타 기업 출신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박종진 부회장의 이력에 이목이 쏠린다. 박 부회장은 MBN, 채널A 등을 거친 언론인 및 정치인 출신으로 2021년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 IHQ의 총괄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숏폼 콘텐츠에 특화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바바요’를 런칭하는 등 콘텐츠 사업에 매진해왔다. 최근 국내 1위 미디어그룹으로의 도약을 선포하며 콘텐츠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KT의 비전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