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대신 민심 택한 넥슨... '효자 게임' 메이플스토리 몸집 쪼그라드나

14년 역사 뒤안길로 사라지는 '큐브'... 여론 전환 총력 나섰다
'메이플스토리' 매출 견인했던 '주력 상품'... 매출 하락 불가피

라이브 방송을 진행중인 메이플스토리 운영진. 왼쪽부터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이미지=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채널]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의 유료 판매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와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는 어제(9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와 같은 소식을 전했다. 김 디렉터는 “확률형 강화 상품인 큐브를 판매하지 않고 인게임 재화인 메소로 획득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전하며 “해당 아이템이 메이플스토리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상품이지만 유저들에게 불신을 안겨 줬기 때문에 아이템의 구조를 바꿔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이후 추후 적용될 변경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김 디렉터는 “강화 비용을 차등적으로 책정해 장비의 가치를 보전하는 동시에 단계적인 성장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며 “잔여 큐브는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으나 변경점 적용 이후에는 판매 및 생산이 불가능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보스 몬스터 방어율 무시, 아이템 드롭율 옵션이 세 번 중첩될 수 있도록 수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이플스토리의 인게임 재화인 메소가 기하 급수적으로 상승하는 변경인 만큼 이와 관련한 계획도 공개했다. 김 디렉터는 “캐릭터 별 획득 메소 총량을 제한하면서 메소 파밍 콘텐츠 추가 및 획득 방법을 수정할 것”이라며 “메소의 의미가 올라간 만큼 매크로 및 작업장을 철저히 단속하고 이를 위해 국내외 연구진들과 손을 잡아 게임 내 보안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총괄 디렉터는 “메소 획득을 제한한 후에도 기존의 메소 획득량 증가 아이템의 효과는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그 효용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공개한 모든 변경점들은 늦어도 상반기까지 반영할 예정”이라며 “유저들이 다시 한 번 메이플스토리를 믿고 즐길 수 있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강 총괄 디렉터는 “메소 획득을 제한한 후에도 기존의 메소 획득량 증가 아이템의 효과는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그 효용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메이플스토리 운영진이 이러한 결정을 통해 하락한 유저들의 민심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메이플스토리 유저가 공지사항을 통해 강화 아이템인 큐브에서 특정 옵션이 중첩으로 적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지하지 않았던 사실을 밝혀내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대대적인 유저 이탈 현상이 발생하고 게이머들이 합심해 ‘트럭 시위’를 진행하는 등 커다란 반발이 일어났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사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등 그 여파가 정치권까지 미치기도 했다.

이에 메이플스토리 운영진은 사과문을 발표하는 동시에 ‘큐브’ 아이템의 로직과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 행보를 이어나가며 게이머들의 민심을 점차 회복시켰다. 작년 6월에는 ‘6차 전직’을 포함한 대규모 업데이트의 유인 효과로 4주 연속 PC방 점유율 3위를 기록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확률형 아이템의 상세 내용을 화두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밝혀지자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이날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최대 금액인 116억의 잠정 과징금을 부과하며 메이플스토리의 운영 내용을 상세히 밝혔다. 여기서 문제의 발단이 된 2021년 이전인 2010년부터 큐브 아이템의 확률 로직을 변경했음에도 해당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 아이템 확률과 관련한 유저들의 문의에 대한 답변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결정 또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데 한 몫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의 주력 상품인 ‘큐브’의 판매를 14년만에 중단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변경사항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올 상반기 이후에는 게임 내적 뿐만 아니라, 외형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메이플스토리의 매출에서 ‘큐브’ 아이템이 담당한 비중은 연 평균 28% 수준이다. 특히나 2021년에는 그 비중이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보다 더 자세한 수치는 판결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의 조사와 별개로, 넥슨은 현재 메이플스토리 이용자와 결제 대금 환불에 대한 민사 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작년 1월 종결된 항고심에서 수원지방법원이 발표한 판결문에 의하면, 메이플스토리는 2019년 1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최소 180억원, 최대 1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냈다. 이 기간 동안 큐브가 차지한 매출 비중은 최소 24.9%에서 최대 57.2%에 달한다.

이러한 주요 상품의 배제가 매출에 큰 낙폭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나 메이플스토리가 대만·일본·중국 등을 비롯한 아시아 권역과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 중인 글로벌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해외 서버에서도 ‘큐브’ 아이템이 인게임 재화로 전환된다면 수익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