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에 의견 좁히지 못해
-중기·소상공인 단체장, 마지막 기대 걸어
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될지 주목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지난달 27일부터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83만여명의 사장님들께서 예비 범법자 신분으로 전락한 이 비참한 상황을 국회가 나서서 반드시 풀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안전관리책임자는 물론, 법무·노무 인력도 둘 수 없는 작은 기업 사장님들은 속수무책으로 법의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50인 미만에 대한 법 적용으로 기업은 고용을 꺼리고, 경영 의욕 자체가 악화돼, 우리나라 경제 활력은 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 중에 있고, 처벌 수위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사고 책임 소재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덧붙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관리자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업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관리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될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중소기업 업계는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년의 추가 유예를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으나 의견을 좀처럼 좁혀지 못하고 있다.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에 여당이 동의해야 협상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조건을 조건을 수용하기 힘들다고 맞서고 있다.
이정한 여성경제인협회 회장과 임경준 중소기업중앙회 지역중기업회장단협의회 회장은 "코로나19에 이은 복합경제위기로 중소 제조·건설 업체의 80%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하지 못했고,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이 법 적용 대상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감옥에 갈 위험을 안고 사업하느니 차라리 폐업하고 말겠다는 절규가 터져 나온다"며 "중소기업, 소상공인은 오늘 열리는 본회의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2022년 기준 통계자료에 따르면 50인 미만 기업 중 무려 86%가 5인 미만"이라며 "이번 법의 확대 적용 대상은 실제 14%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법의 확대 시행에 따라 첫 적용 사례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1일 부산 기장군 폐알루미늄 수거·처리 업체에서 집게차로 폐기물을 하역하던 노동자 A씨가 집게차 마스트와 화물 적재함 사이에 끼여 숨졌다.
노동부는 작업을 중단시키고 사고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지금까지 없었던 형사상 무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어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지금까지 형사처분은 잘못을 직접 저지른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왔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주라는 이유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