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 작년 자산 5조2500억원...엔터업계 최초 '대기업집단'
- 쿠팡 재계 순위 27위…총수 기준 개정 첫 수혜자 김범석·송치형
- 한기정 공정위원장 "국적 차별 없이 합리적 동일인 기준 마련"
- 동일인으로 자연인 지정하는 제도 자체의 폐지 주장도 나와
방탄소년단(BTS) 뉴진스 르세라핌 등 K팝 그룹이 소속된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 그룹 중 최초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다.
하이브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방시혁 의장은 대기업 총수(동일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하이브의 자산 총액은 지난해 말 5조2500억원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함께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 마련한 예외 조항에 의해 나란히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88개, 소속회사는 3318개로 지난해보다 각각 6개, 242개 증가했다.
공정위는 전년 말 기준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매년 지정해 대규모내부거래 공시 등 각종 의무를 부과한다.
올해는 하이브·파라다이스·소노인터내셔널·영원·대신증권·현대해상화재보험·원익 등 7개 집단이 새롭게 합류했다. 다만 지난해 한화그룹에 인수된 대우조선해양은 제외됐다.
파라다이스는 카지노와 관광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노인터내셔널은 소노감과 소노벨 등 호텔·관광업을 주력으로 영위한다. 영원은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등 유명 브랜드를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판매하는 영원무역이 주축이다.
자산 상위 5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순이다. 롯데는 2010년부터 5위를 지켜왔지만, 포스코에 밀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위를 기록했다.
특히 하이브는 K팝의 글로벌 열풍 등에 힘입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됐다. 하이브의 자산 총액은 2022년 말 4조81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2500억원으로 1년 사이 4400억원 늘며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하이브는 빅히트 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어도어 등 11개의 멀티 레이블을 운영 중이며 연결 대상 종속기업만 65개에 달한다.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의 지분 31.5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방시혁 의장은 최근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으로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사회적 책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에 대한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올해 처음으로 기준액을 GDP(국내총생산)와 연동한 상호출자제한집단은 자산 총액 기준이 종전 10조원 이상에서 10조4000억원(GDP의 0.5%) 이상으로 올랐다. 이들에겐 공시 의무와 함께 상호출자 제한, 순환출자 금지 등의 추가적인 규제가 적용된다.
올해는 교보생명보험과 에코프로가 새로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반면 2년 전 계열사 부당지원이 적발돼 홍역을 치렀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은 자산 총액 10조3800억원으로 지정을 피했다.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올해도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쿠팡의 동일인에는 법인인 쿠팡㈜이 이름을 올렸다. 쿠팡은 자산총액 17조6260억원으로 전년(11조1070억원) 대비 거래규모와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재계 순위가 45위에서 27위로 18단계 상승했다.
또 신생 대기업인 두나무도 송치형 회장 대신 두나무㈜가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공정위에 의하면 김범석 의장과 송치형 회장의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도 국내 계열사의 범위가 달라지지 않고, 친족들의 계열사 출자나 임원 재직 등 경영 참여가 없는 등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 김범석 의장은 법 위반시 동일인 변경 및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명확히 확인하고 서명을 한 상태다.
다만 김범석 의장 동생 부부가 쿠팡Inc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원으로 재직하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공정위의 판단은 '쿠팡 봐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범석 의장 동생 부부는 약 5억원 수준의 급여와 쿠팡Inc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수령한 데다 쿠팡 내부에서 물류·운영 총괄 등 중요도 높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예외조항 마련은) 국적 차별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동일인 지정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특정 기업집단의 이해에 따라 추진됐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동일인과 친족의 계열 출자, 친족의 경영 참여와 자금 거래 관계를 단절시켜서 사익 편취 우려가 차단된 지배구조를 형성한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하게 함으로써 투명한 지배구조로의 이행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우현 OCI 부회장이 미국 국적으로 밝혀졌음에도 OCI 동일인으로 지정을 유지했지만 김범석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은 결정을 유지하며 논란이 일었다.
한편, 자연인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는 잇따르고 있다. 하이브와 크래프톤 등 비교적 지배구조가 단순한 기업 4~5개가 변경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족 간 지분 정리 등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여서 이번 예외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재계에선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규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는 과거 창업주 개인이 순환출자형 또는 피라미드형 기업집단 형태로 운영하며 경영권을 승계했던 폐해를 억제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며 "ESG 공시 도입 등 최근 경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일인 집단제도의 개선 방향으로 해당 기업집단이 실질적인 지주회사 구조를 갖고 있으면 최상위 회사 등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 즉,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기정 위원장은 "총수일가에 의한 어떤 과도한 지배력 확장이나 또는 부당 내부 거래가 자정된다면 대규모 기업집단 제도의 존속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아직 부정적 이슈가 계속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기업집단지정과 동일인 지정 제도를 당장 폐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