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논의 재점화되자 긴장하는 시중은행..."아쉬울 땐 은행부터 찾더니 이젠 팔까지 비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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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논의 재점화되자 긴장하는 시중은행..."아쉬울 땐 은행부터 찾더니 이젠 팔까지 비트나?"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5.16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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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횡재세 도입 논의
처분적 법률 형태로 입법 가능성 시사
"정치권은 필요할 때만 은행 찾아" 반발
홍콩 ELS, 민생금융 등으로 은행권 부담 큰 상황
[출처=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br>
[출처=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 논의가 불붙고 있다. 그동안 조단위 순익을 거두던 시중은행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필요할 땐 은행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정작 은행을 위한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야당이 내건 처분적 법률 카드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생금융뿐만 아니라 기후위기펀드 등 정부 및 정치권이 금융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은행권은 응해왔다"며 "그런데 필요할 때만 은행의 팔을 비트니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횡재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횡재세란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 이익을 낸 기업과 산업에 대해, 초과분만큼 추가로 부과되는 세금을 뜻한다. 

해외 선진국을 중심으로 횡재세가 속속 도입되자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금리와 유가가 훌쩍 뛰었고 이에 에너지기업들과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등 5개국은 횡재세 형태의 부담금을 이들 업계에 부과하고 있다. 

21대 국회에도 횡재세와 관련된 여러 법들이 발의됐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가령,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작년 11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및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금융사의 지난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이 120%를 초과하면, 넘는 금액의 최대 40%를 상생금융 기여금이라는 명목으로 금융사에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은행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업계 반발이 거세 아직까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횡재세가 22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유력한 법안으로 떠오르자 은행권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최근 은행권은 홍콩 ELS 여파로 인해 실적둔화를 겪어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경우 홍콩 ELS 투자자들에 배상하고자 8620억원의 충당부채를 쌓았으며, NH농협금융 3416억원, 신한금융 2740억원, 하나금융 1799억원, 우리금융 75억원 순이다. 

은행업계 안팎에서는 정치권이 아쉬울 땐 은행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정치적인 셈법에 따라 종종 은행을 악마화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또, 보조를 맞추려고 해도 은행이 원하는 것은 들어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들의 출산 장려금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nbsp;
윤석열 대통령

예를들어, 작년 10월 실시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직접 은행권이 이자장사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은행 입장에선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자장사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비이자이익 강화를 추진했던 은행들은 작년 내내 은산분리 완화를 정치권에 요구했다. 그러나 작년 8월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비금융 분야 사업자에게 추가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논리로 은산분리 완화 방안 발표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고금리 시기 은행들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뒀다는 이유로 상생금융 정책 시행을 압박했다. 이에 작년 12월 시중은행들을 비롯한 은행권은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횡재세까지 논의하자 은행들은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열린 당 긴급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현 정부는 마이동풍이고 앞으로도 야당과 협의할 생각이 없어보이니 처분적 법률를 통해서라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실질적 조치를 하도록 방안을 찾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횡재세가 처분적 법률 형태로 입법이 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부의 집행이나 사법부의 판결을 거치지 않고 입법만으로 집행력을 갖게되는 법을 뜻한다.

과거 처분적 법률은 전두환 은닉재산 추징법과 같은 특수한 목적과 특정대상으로 한 경우에만 시행되곤 했다. 그러나 뚜렷한 목적없이 특정 산업과 기업의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행정부와 사법부를 '패싱'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헌법 66조는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법조계 역시 처분적 법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진 않으나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돼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횡재세 법안이 처분적 법률 형태로 입법될 경우 위헌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처분적 법률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해 은행으로부터 초과이익을 환수하려 한다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또, 횡재세가 선진국에 도입되긴 했으나 각국의 사정이 다르기에 사회적으로 긴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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