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잔액이 크게 불어나 이를 관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대출은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은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 현재 DSR은 주담대에만 적용되고 있다. 

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최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755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4일 전인 6월 말 708조5723억원과 비교해 2조1835억원 불어난 수치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미 지난달 5조3415억원 급증한 바 있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다. 아직 월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6월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담대가 견인했다. 4일 기준 주담대 잠액은 552조9913억원으로 집계돼 전월 말 552조1526억원보다 8387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 잔액 역시 102조7781억원에서 103조8660억원으로 4일 만에 1조879억원 늘어났다. 지난달 전월 대비 2143억원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데에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 올랐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스트레스 DSR 제도 실행이 2개월 연기된 것도 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이에 서둘러 막차 수요를 타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섣불리 DSR 확대를 노리기엔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할 경우, 서민 실수요자들이 크게 타격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 또한 역풍이 불 것을 감안해 실제 적용 여부에 대해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서민의 주거 형태가 아직 전세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전세대출에 DSR을 도입하는 건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계대출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당국도 인지하고 있다"며 "전세자금 DSR 규제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긴 하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