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STO 시장 대외 불확실성 변수 발생
해킹 이슈로 가상자산 10% 하락...STO 법제화는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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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신한투자증권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선훈 대표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말 발생한 1300억원대 금융사고를 수습하고 이후 신사업 청사진을 제시한 것인데 관련 사업의 동력이 대외 변수로 훼손되면서 경영 전략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올해 들어 여러 악재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휘청이고, 상반기 중 마무리를 예상했던 토큰증권(STO) 관련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으면서 법제화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리테일 전문가 이선훈 대표...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 강화 천명
이 대표는 리테일(소매 금융)·기획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1999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해 약 21년간 근무하며 대치센트레빌·광화문 지점장, 강남영업본부 본부장, 전략기획그룹장, 리테일그룹장 등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2022년 SI증권 대표로 자리를 옮겼던 그는 2024년 다시 신한투자증권으로 돌아와 자산그룹부문장과 자산관리사업그룹장 겸하면서 부사장직을 맡았다.
작년말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원의 상장지수펀드(ETF) 손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본래 올해 말까지 임기가 예정됐던 김상태 전(前) 사장이 자진 사임했고, 이에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후보추진위원회는 당시 부사장이었던 이 대표를 추천했다. 이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6년 12월까지다.
이 대표는 취임 후 그간 쌓아왔던 리테일 전문성과 기획 경험을 활용해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앞서 부사장으로 재직 당시 세종텔레콤과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과 토큰증권 업무 협약(MOU)을 주도하며 금융투자 생태계 확장에 기여한 바 있다.
현재 신한투자증권은 조각투자 시장에서 계좌관리기관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옥션블루, 스탁키퍼, 열매컴퍼니, 에이판다, 갤럭시아머니트리 등 5곳과 협업 중이다. 이는 업계 최다 수준이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하나의 실명계좌로 여러 조각투자 플랫폼의 계좌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가상자산 사업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비트코인 현물ETF 개발을 위해 웨이브릿지, 파이어블록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신한투자증권이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비트코인 현물ETF는 해외에선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으나, 국내에선 금융당국의 규제로 거래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의 첫 승부수, 현재까진 대외 변수에 '발목'
이 대표가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 강화를 승부수로 띄웠지만, 시장 환경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조각투자·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조원대 해킹 이슈가 발생한 가상자산 시장의 대표인 비트코인은 연초 대비 10% 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토큰증권 관련 법안도 표류 중이다. 당초 업계에선 토큰증권 관련 법안의 법제화가 빠르면 상반기 마무리될 기대가 있었다. 주요 증권사들이 STO 사업 내재화에 속도를 낸 배경이기도 하다. 관련 법안이 지난 2023년 최초 발의된 만큼 이번 임시국회 회기에서 통과될 것이란 기대가 컷다.
하지만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가 발의된 STO 법안을 모두 상정하지 않으면서 STO 법제화 일정은 모두 지연됐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관련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이 대표의 방침에 따라 사업을 지속적으로 준비 중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2023년 12월 증권업계 최초로 토큰증권 혁신금융서비스(블록체인 기반 금전채권 신탁수익증권 거래 플랫폼 서비스)로 지정받아 STO 법제화 전에도 일부 사업화가 가능하다"며 "타 증권사들이 STO 법제화 지연으로 사업이 제한적인 상황과는 차별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허가받은 사업(협건) 두 건을 통해 STO 관련 비즈니스를 선제적으로 시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관련 사업을 통한 수익성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STO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향후 STO 법안이 통과되면 전통적인 증권이 토큰화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수익성도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TO제도화 법제화가 미뤄지면서 단시간내 제도권 진입은 어려워지는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신한투자증권이 기대했던 STO와 가상자산 사업 방향이 장기화하는 모습인데, 단기적 성과를 위한 사업 묘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익성 개선 절실한 신한투자증권
현재 신한투자증권이 직면한 가장 최우선 숙제는 수익성 개선으로 꼽힌다. 지난해말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5조5611억원으로 키움증권(5조6318억원)과 비슷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의 2024년 당기순이익은 24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7.2% 증가한 372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 8348억원, 영업이익 1조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89.4%, 94.5%나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자기자본 6조원대인 메리츠증권과 KB증권과 수익성 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69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8.0% 증가한 수치이다. 영업이익은 19.7% 증가한 1조548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복귀했다. KB증권은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5904억원, 7808억원으로 전년 대비 52.0%, 14.8% 증가했다.
수익성 개선과 관련해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 중심 서비스와 혁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차별화된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