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 때문에 해외중재까지 고려하지만 산자부 적극적 중재 없는 원전업계
[녹색경제신문 = 박성진 기자] 글로벌 시장을 앞두고 방산과 원전, 두 업계의 상반된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방산업계는 지난 25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방사청의 적극적인 중재로 갈등을 멈추고 ‘함정 수출 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방사청에 따르면, 이번 MOU는 함정 수출사업 참여시 업계가 원팀을 구성하고, 각각 강점을 고려해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 수출사업을, 한화오션이 수중함(잠수함) 수출사업을 주관하고 상대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이를 통해 향후 글로벌 함정 수출사업 분야에서 협력을 하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고부가가치 분야인 함정분야를 둘러싸고 두 기업 사이에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하지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중공업 부회장 사이 교감으로 모두 취하됐다. 7조 8000억원이 투입될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사업인 KDDX 사업에서 오는 4월 최종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지만, 해외시장 진출에서는 협력을 선언한 것.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내부 갈등으로 호주 10조원 규모 호위함 수주전에서 독일과 일본에 밀린 경험이 교훈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70조원에 이르는 캐나다 노후잠수함교체 사업과 폴란드,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수주전까지 열릴 예정이라 지난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원팀 구축에 힘을 합친 것”이라 말했다.
이어 이라크 '천궁-Ⅱ'(M-SAM2) 수출을 두고 갈등을 벌였던 LIG넥스원과 한화도 지난 24일 방사청 주관 수출현안간담회에서 원팀 구성에 협력하고 실무협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녹색경제에 “앞으로도 방산업체들 간 협업 여건 조성 및 조정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업계의 갈등을 중재하기위해 방사청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방사청은 그동안 글로벌 함정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 간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지원역량을 집중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K 함정 수출, 더 나아가 글로벌 해양안보 구축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아낌없이 원팀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르장머리없는 한수원" vs "아예 다른 조직인데 오지랖 부리는 한전”
업계간 갈등은 계속되고, 산자부 적극 중재는 없는 원전업계
반면 원전업계는 바람 잘 날 없다. 그동안 속 썩이던 전기본과 에너지 3법은 처리됐고, 오는 3월 체코 원전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으나 업계간 갈등이 중재돼 상황이 정리될 기미는커녕 오히려 확산일로다.
2009년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을 둘러싸고, 국내 원전산업 큰 형님격인 한전과 한수원 사이 초과 공사비 약 10억달러 청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자리가 마련됐지만, 결국에는 중재되지 않아 런던국제중재법원(LCIA)로 해당 사안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로펌까지 선임해 둔 상태로 알려졌다.
기존 회전여과망 설비 교체비용 1225억원을 둘러싼 한수원-한국전력기술 갈등, 바라카 원전 건설 5000억원대 비용을 둘러싼 한전-현대건설, 삼성물산 갈등에 이어 또 하나의 내부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한전에서 한수원이 분사돼서 나왔지만, 한전은 ‘버르장머리 없는 한수원’이라 하고, 한수원은 ‘엄연히 별개 조직인데 한전이 왜 저렇게 오지랖을 부리나’라며 두 기관의 갈등이 오래전부터 지속돼왔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슬로베니아에서 원전 수주 입찰을 포기했으며, 폴란드 원전사업도 정권이 바뀌면서 재검토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적극적으로 유럽 원전 시장에 진출하던 분위기도 변하면서, 한껏 달아올랐던 k 원전의 분위기도 가라앉을까 노심초사다.
이에 원전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에 “원전 건설 플랜트 사업이 공기(工期)도 길고, 설비도 대량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계획에 비해 공사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으로 수주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종적으로 공사비가 3배 이상 늘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편”이라 말했다.
갈등을 앞에 두고 주무부처인 산자부의 적극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산과 다르게 원전은 정치색이 강하다. 정권이 바뀌면 원전이냐 탈원전이냐 극명하게 갈린다. 탄핵정국으로 원전사업 자체가 힘을 못 받는데, 정권 교체 가능성에 에너지 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까지 겹쳐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는다는 내부 의견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자부 안덕근 장관은 한전과 한수원 갈등 조정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 내부의 갈등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박성진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