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發 초격차] 박현주 회장의 20년 뚝심, 퇴직연금 퍼스트무버 '우뚝'①
상태바
[미래에셋發 초격차] 박현주 회장의 20년 뚝심, 퇴직연금 퍼스트무버 '우뚝'①
  •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 승인 2025.04.0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5년 증권업계 첫 퇴직연금본부 설립, 20년 만에 적립금 45조
초기 수익구조 논란 불구 마케팅 독려...흑자 내는 조직 '환골탈태'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사회가 고령화되면 연금의 위기가 오는데, 시장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자산운용 시스템을 발전시켜 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2007년 발간된 박현주 회장이 자신의 저서(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밝힌 내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그룹사 차원에서 2005년 퇴직연금본부를 신설, 연금 시장에 발을 뻗었다. 당시 증권시장과 퇴직연금을 엮은 첫 시도다. 시장 개화 이전에 선제적으로 파종을 한 셈이다.

2005년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그해 12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근로자들의 퇴직급여를 금융기관에 적립, 투자 운용하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이전 고금리 기반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실제 적립식 펀드 상품을 중심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4년 말 8조원 수준이었던 설정 규모는 2005년 말 25조원으로 3배 이상 불었다. 

한국판 401K의 선도자 

박 회장은 미국의 '401K'에 주목했다. 국내에서 갓 도입한 퇴직연금제도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401K 형태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401K는 미국의 근로자 퇴직소득보장법에 규정된 퇴직금 계좌로,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제도다. 저축한 금액만큼 소득 공제를 받는 Traditional 401K와 투자 소득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Roth 401K가 있다. 2023년 기준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 이상 가입자만 약 38만명 정도로 집계된다. 국내서 활성화되고 있는 IRP(개인형퇴직연금)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자산운용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은 퇴직연금 자금 중 일부라도 성장성 높은 자산에 투자했다면 현재 수익률은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며, 젊은 세대일수록 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그룹 내부적으로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면서 "DB 중심에서 DC(확정기여형), IRP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박 회장의 지론"이라고 밝혔다.

퇴직연금본부 출범 이후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 미래에셋증권은 '한국의 401K'를 선도하며, 타사와의 초격차를 시현하고 있다. 특히 DC(확정기여형), IRP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최초로 올 1월 퇴직연금 자산 30조원을 돌파하며, 연금자산 총액(퇴직연금+개인연금) 44조35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DB, DC, IPR을 합한 퇴직연금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약 30%를 달리고 있다. 2016년 조직 출범 당시 8조6000억원 수준의 연금 자산 총액은 약 10년 만인 현재 5배 이상 늘어났다. 증가세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갈곳을 찾는 뭉칫돈이 움직이는 경향성도 포착된다.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 3월까지 DC, IRP, 개인연금 등 총 1조1563억원의 신규 자금이 미래에셋증권 계좌로 유입됐다. 비결은 압도적인 운용 수익률로 확인된다. 가입자 개인의 자율도가 가장 높은 IRP 수익률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2.48%(실적배당형)을 기록해 14개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11.99%), 유안타증권(11.72%) 등이 뒤를 이었다.

박현주 회장의 의사결정 과정은 '동물적 감각과 뚝심'으로 축약된다. 20년 넘게 이어 온 퇴직연금 사업은 그 결과물로 평가된다. (사진제공=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의 의사결정 과정은 '동물적 감각과 뚝심'으로 축약된다. 20년 넘게 이어 온 퇴직연금 사업은 그 결과물로 평가된다. (사진제공=미래에셋증권)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사업이 출범 초부터 비단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BEP(손익분기점)를 넘어선 것은 근래의 일이다. 수익 구조 때문이다. 퇴직연금사업은 계좌의 운용 관리와 자산 관리 수수료 수취 등으로 영위된다. 하지만 0.2% 수준의 수수료율 탓에 증권사들은 자체 손실과 운용 수익률 리스크를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운용관리 수수료율은 0.250%, 자산관리 수수료율은 0.200% 수준이다. 2006년 운용을 개시하면서 약 110억원 대의 적립금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당시 돈도 안되고, 운용 리스크만 큰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든 것을 두고 세간의 우려감이 컸지만, 급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결정권자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고, 꾸준한 마케팅 지원을 독려한 게 현재 시장 지배적 지위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당장 수익성 보다 인구 구조에 따른 자산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에 베팅했다는 이야기다. 박 회장의 뚝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미래에셋증권 등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2~3년 전부터 흑자 전환했다는 전언이다. 적립금 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면서 가입자 풀(pool)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