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과정서 류영상 유일로보 사장 이목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최근 스마트팩토리 로봇 관련주들이 재차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SK그룹의 '투 트랙' 투자가 이목을 끌고 있다. 2017년 물류자동화 솔루션 회사를 일찌감치 계열사로 내재화한 데 이어 지난해 유일로보틱스까지 투자하면서 차별화된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M&A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SK(주)와 SK온이 별개로 투자를 집행한 대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유일로보틱스는 최근 SK온과 배터리 양산 공정 과정에 투입되는 자동화 로봇 관련 제품의 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테스트로, 현재 막바지 단계로 전해진다. 고객사의 최종 퀄을 통과하면 유일로보틱스는 SK온 관련 첫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SK온의 미국법인인 SKBA(SK Battery America)의 유상증자 참여 후 캡티브(내부) 물량 확보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SKBA는 지난해 5월 유일로보틱스에 367억원을 투자, 2대주주로 등극한 이후 최근 기존 대주주 지분 23%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으면서 대주주 등극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일로보틱스는 구체적인 품목과 포캐스트 등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지만, SK온과 테스트를 진행하는 품목은 '다관절 로봇' 제품인 걸로 파악된다. 다관절 로봇은 생산 공정 상에서 용접, 조립 등의 프로세스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로봇이다. 직교로봇 등을 개발, 제조하던 유일로보틱스가 다관절 로봇으로 기술 이동을 꾀하면서 SK온과 밀착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로봇업계에서는 SK온과 본격적으로 살을 섞는 유일로보틱스를 두고, SK그룹 내부의 로봇 투자 전략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룹 투자역량과 사업역량이 분산될 수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유일로보틱스 투자 당시 그룹사 스마트팩토리 및 ICT 업무를 전담하는 SK C&C 내부에서도 해당 투자에 대해 의아하다는 여론이 팽배했었다"고 전했다. 충분히 내부 밸류체인(에스엠코어)을 활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SK그룹의 M&A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SK(주)는 이미 2017년 물류자동화 관련 로봇 기업인 에스엠코어를 인수하면서 그룹 계열사로 내재화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 SK(주)가 26.60%의 지분을 쥔 대주주다. 당시 SK(주)는 에스엠코어의 하드웨어 제작 역량과 기존 계열사인 SK C&C의 ICT 역량을 결합해 스마트팩토리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적에서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지난해 SK온의 미국법인인 SKBA가 유일로보틱스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스마트팩토리 관련 축이 2개가 된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SK(온)에서 직접 출자한 에스엠코어와 간접 출자한 유일로보틱스가 그룹 밸류체인에 나란히 등재됐다. SK(주)는 SK온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고, 그 종속법인인 SKBA는 SK(주)의 증손자회사인 셈이다. 향후 콜옵션을 인수해 유일로보틱스를 종속법인으로 편입하면 SK(주)의 고손자회사가 되는 그림이다.
에스엠코어는 SK하이닉스, SK온 등 그룹사 캡티브 물량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스마트 팩토리 역량을 다져온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 1632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기록, 수익성도 과시하고 있다. 스태커 크레인(Stacker Crane), RGV, AGV 등 물류자동화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직교로봇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유일로보틱스와도 겹치는 지점이다.
다만 유일로보틱스가 보유한 다관절로봇, 협동로봇 개발 레퍼런스가 에스엠코어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봤다는 게 업계 일각의 설명이다. 에스엠코어가 물류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기는 하지만, 생산 공정에 직접 투입되는 로봇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룹사 내 투자가 중복되더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다관절 로봇은 두산로보틱스, 현대로보틱스 등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퀄에 유일로보틱스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유일로보틱스는 7축 다관절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설혹 2대주주 SKBA가 향후 FI로 전환해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콜옵션 등의 단가(2만8000원)가 상장시초가(2만원) 보다 높기 때문에 밑지는 구조도 아니다. 현재 주가는 약 8만원 대에 근접해 있다.
기술과 별개로 유일로보틱스 투자유치 과정에서 역할을 한 류영상 사장의 존재도 거론된다. 류 사장은 지난해 10월 임총을 통해 사내이사(사장)으로 등재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김동헌 대표를 도와 경영 및 재무전략 부문에서 꾸준히 조언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류 사장은 SK투자신탁운용 출신으로 은행감독원(현 금감원), 한국은행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2022년 상장, 지난해 투자유치 등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SK의 후속 투자는 사실상 류 사장의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유일로보틱스 관계자는 "(류 사장이) 투자유치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SK그룹과 어떤 친밀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에스엠코어와는 비즈니스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 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