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질 무시되고 브랜드·로비·홍보에 쏠리는 선정 기준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국토교통부가 하자정보 공개를 시작한 지 4년째지만, 하자이력이 많은 시공사들이 여전히 공공 발주 사업이나 민간 정비사업에서 1순위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자가 많아도 입찰 불이익은 사실상 없으며, 공공·민간 모두 기준이 미비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부터 K-apt 시스템을 통해 1,0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단지의 하자 접수·처리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결과도 공표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입찰 평가나 감점 요소로 실질 반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건축물 발주시에도 시공사의 과거 하자 처리 실적을 참고 자료로는 활용하지만, 실제 입찰 점수에는 하자율 자체로 감점이 부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민간 정비사업은 더욱 심각하다. 시공사 입찰 설명회나 홍보자료에는 하자이력 관련 정보가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부 조합에서는 “해당 시공사가 과거 시공한 단지의 하자 정보를 요청해도 받지 못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K-apt 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하자 접수 후 ‘정당한 하자’로 판정된 건수는 전체의 78.9%에 달했다. 그러나 이 정보는 입주자대표회의나 조합이 직접 검색·정리해야 확인 가능한 구조이며, 공식적으로 시공사 비교표나 계약서류에 반영되는 체계는 없다.
건설 분야 전문가는 "공공데이터는 있는데, 조합이나 설계사무소가 이를 정리해줄 여력도, 법적 근거도 없다"라며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입주민들이 하자 이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브랜드만 보고 결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공사의 하자이력이 수주전에서 실질적 평가 기준이 되려면, 법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입찰제안서에 ‘최근 5년간 하자접수 건수 및 판정 결과’를 명시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시공사 선정 평가표 내에 ‘하자이력 감점 항목’을 의무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은 업계 반발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시공 조건이 다른 단지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들고 있다.
건설분야 전문가는 "국토교통부가 2023년 시공능력평가 개편을 통해 하자보수 시정명령을 받은 건설사에 대해 시공능력평가액을 4% 감점하는 방안을 도입한 바 있다"라며 "하지만 이러한 감점 제도는 일부에 국한되어 있으며, 입찰 평가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결국 하자율은 공개되고 있지만, 실제 수주 경쟁에서는 여전히 참고사항에 불과한 수준이다. 공공과 민간 모두 실질적인 평가 요소로 하자이력을 반영하지 않는 한, ‘하자 많은 건설사가 또 시공을 맡는’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