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이후 총인건비제 제약으로 미지급 상황 지속
-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공공기관 첫 총인건비제 예외 적용 사례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IBK기업은행이 총인건비제 예외 승인을 받아 직원들에게 7개월간 밀린 시간외수당 209억원을 일괄 지급했다. 2007년 총인건비제 도입 이후 공공기관이 이 제도를 벗어나 임금을 지급한 첫 사례다.
기업은행은 지난 14일 전·현직 직원 1만2909명에게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누적된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지급했다고 발표했다. 근속연수와 시간외 근무시간에 따라 1인당 88만원부터 282만원까지 차등 지급됐다.
이번 지급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시정지시와 금융위원회의 예외 승인이 연쇄적으로 이뤄진 결과다. 노동청은 지난 1일 기업은행에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추가 인건비 지급을 명령했고,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일 경영예산심의회를 통해 총인건비제 예외 적용을 승인한 바 있다.
미지급 시간외수당이 발생한 배경에는 통상임금 개념을 둘러싼 법적 변화가 있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만 통상임금으로 보고 시간외수당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시간외수당 산정 기준이 높아져야 할 상황이 됐다.
올해 1월 대법원은 기업은행 노조와 퇴직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로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기업은행은 판결 이전 시점부터 변경될 기준을 예상해 미지급분을 산정했다.
다만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총인건비제가 이같은 변화를 즉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제약으로 작용했다. 총인건비제는 공공기관이 연간 인건비 총액 한도를 정해 그 범위 내에서 임금·상여금·복리후생비 등을 집행하도록 하는 제도로, 기획재정부가 54개 중앙행정기관과 소속 기관, 국립대학 등에 적용하고 있다. 한 해 예산이 미리 정해지는 특성상 법원 판결과 같은 급작스러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기업은행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시간외수당이 늘어났지만, 총인건비제 제약으로 추가 지급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작년 12월 사상 첫 단독 파업을 진행하며 총인건비제에 막힌 시간외수당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했다.
노사 갈등이 지속되자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 기업은행과 노조 간 대화를 유도했고, 올해 6월로 예고했던 2차 총파업은 보류됐다. 이후 노동부가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지시를 내렸고, 이를 근거로 금융위원회가 총인건비제 예외 적용을 승인하면서 미지급분 지급이 이뤄졌다.
양대 노총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례가 바뀌었음에도 공공기관은 총인건비제도를 적용받아 노사 관계 불안과 임금 체불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노정 교섭 정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