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싼 이자’ 주던 작년과 달리 전방위 흥행…시장 판도 바뀌었다
올해만 NH투자증권 1.2조, 신한투자증권 9000억, 삼성증권 8000억 등 회사채 발행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올해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회사채 발행에 잇따라 나서자 모집액의 수배에 달하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AA급 대형사부터 AA-급 중소형사까지 전방위로 흥행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등급별 수요예측 결과와 금리 조건에서는 뚜렷한 온도차가 드러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권사들이 회사채 시장에 대거 등장했다.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KB증권, NH투자증권 등 AA+급 증권사뿐 아니라 대신·유안타·키움 등 AA-급 증권사까지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연초부터 이어진 발행 러시에 투자 수요가 몰리며 ‘흥행' 기조가 뚜렷했지만, 등급별로 금리 조건에서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다.
실제 증권사들이 올해 발행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사채' 수요예측 성적표를 보면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전반적으로 성황을 이뤘다. 삼성증권은 이달 3000억원 모집에 2조1200억원이 몰렸고, 같은 달 NH투자증권도 3000억원에 1조84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AA+급 증권사 대부분 모집액 대비 최소 3배 이상의 수요를 확보했고, 발행 금리도 민간채권평가금리(민평)보다 10bp 이상 낮은(-bp)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는 “낮은 금리에도 사겠다”는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지표다.
AA-급 증권사들도 분위기는 달라졌다. 대신증권은 지난 2월 2000억원 모집에 1조2800억원이, 유안타증권은 지난 4월 2000억원 모집에 1조2780억원을 끌어왔다. 키움증권 역시 지난 4월 3000억원 모집에 8000억원이 몰렸다.
주목할 점은 발행 조건이다. 올해 AA-급 회사채도 모두 –bp로 발행됐다. 유안타증권은 2년물 –16bp, 3년물 –26bp를 기록했고, 대신증권도 –13bp로 발행에 성공했다. 시장평균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린 것이다.
이는 불과 1~2년 전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난해 2월 유안타증권은 16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사채'를 발행하면서 2년물에는 민평보다 +20bp 높은 금리를 얹어야 했다. 3년물도 -1bp에 그쳤다. 당시 수요예측은 4660억원으로 무난히 끝났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은 지금과 달랐다. 대신증권도 2023년 10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2년물/3년물)에서 –5bp와 +12bp를 더해 발행수익률 4.23%, 4.555%를 기록했다.
올해는 유안타증권, 대신증권과 같은 AA-급 증권사까지 -bp로 발행에 성공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더 비싼 이자'를 줘야 팔리던 중소형사가 '싼 이자에도 투자자가 몰리는' 구조로 전환된 셈이다.
다만 증권채 흥행 속에서도 금리조건에서 등급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AA+급 증권사는 -10bp 이상 낮춰 발행했지만, 일부 AA-급 증권사는 -4bp에 그쳤다. 이는 AA등급 이상이면 금리를 낮춰도 팔리고, AA-급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금리 매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발행 러시 자체도 올해 특히 두드러진다. 지난해 1~7월까지만 해도 증권사 회사채는 ‘한 건씩’에 그쳤지만, 올해는 한 증권사가 2~3차례 발행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사채'를 세 차례 발행해 총 1조2000억원을 조달했고, 삼성증권도 두 차례 발행으로 8000억원을 확보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AA-급 중소형 증권사들은 민평금리에 가산금리(+bp)를 얹어야 발행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bp로 발행에 성공하는 등 투자자 수요 환경이 달라졌다"며 "국내 증시 회복세로 브로커리지 기반 수익이 개선되고, 중소형사의 신용 스프레드가 우호적으로 움직인 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들이 발행을 늘리는 건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자금을 최대한 끌어오자’는 판단이 깔려 있다”며 “금리 하락 기대와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장기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