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보통주 포함 시 오버행 80% 육박…주가 하방 압력 가중
누적 조달액 2000억...영업 대신 자본시장 의존 심화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표적항암제 개발 기업 에이비온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주가치 희석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기존 주식의 70%에 육박하는 신주가 발행되면서 유통 주식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다 보호예수 장치도 없어, 언제든지 대량 매물이 출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비온은 올해 상반기까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한 상태다. 하반기 중 자본 확충이나 손실 축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우려도 있다.
시총 절반 육박 유상증자 결정...잠재 물량 80%에 육박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온은 79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추진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가는 3850원으로 오는 10월 30일 확정된다. 발행되는 신주는 2060만주로, 기존 발행주식(2945만6280주)의 69.93%에 해당한다.
이번 유증 규모는 현재 시가총액(약 1500억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대규모 신주 발행으로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에이비온의 주가는 유증 공시 다음날인 9월 1일 12.6% 하락했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크다. 일정 기간 보호예수가 걸려있는 제3자배정과 달리 주주배정은 전량 보호예수가 적용되지 않아 청약 이후 단기적으로 대규모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청약 이후 단기간 대규모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행사 가능한 전환사채(CB) 229만2826주와 주식매수선택권 32만주 등 잠재 보통주는 총 261만2826주로, 기존 발행주식의 8.9% 수준이다. 여기에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까지 포함하면 향후 출회 가능한 잠재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78.8%에 이른다. 사실상 전체 주식의 80%가 매도 물량으로 전환될 수 있어 주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관사 잔액 인수 구조도 단기적인 물량 부담을 키우고 있다. 대표주관사인 SK증권은 실권주 인수 계약을 맺고, 인수금액의 20%를 추가 수수료로 받는다. 사실상 주관사의 실권주 매입 단가는 일반 청약자보다 20% 낮은 셈이다. 인수 물량이 단기간에 처분될 경우 대규모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주가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관리종목 위기에도...최대주주는 참여 '불확실'
에이비온이 주주배정 유증에 나선 것은 법차손에 따른 관리종목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이비온의 법차손은 ▲2022년 199억원 ▲2023년 292억원 ▲2024년 434억원 ▲2025년 반기 163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대비 비율은 ▲2022년 132% ▲2023년 292.7% ▲2024년 154.2% ▲2025년 140%로, 법차손 50% 초과 요건을 크게 웃돌고 있다.
2021년 코스닥 상장 당시 기술성장특례로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됐지만,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이 없을 경우 지정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 현행 코스닥 규정에 따르면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회 이상 법차손이 자본금의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참여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공시 기준으로 최대주주 '텔콘RF제약'과 특수관계인 7인(곳)은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 규모를 결정하지 못했으며, 설사 참여하더라도 전량 청약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기존 주주들이 희석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에이비온의 자본시장에서 조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기업공개 이후 지금까지 총 7차례에 걸쳐 1226억원을 유증·CB 등으로 조달했으며, 이번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가 완료되면 누적 조달액은 2000억원을 넘어선다. 이는 현재 시가총액(1500억원대)을 웃도는 규모로, 영업활동이 아닌 반복적 자본 조달에 기대온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올해 안에 안정적인 대규모 자본 조달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 충족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위험이 있어, 불가피하게 공모증자 방식을 택할 수 없었다”며 “조달된 자금은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개발 가속화 및 연구 역량 강화에 집중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내년에도 추가적인 기술이전을 추진하면 2027년이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