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상 위반 소지 있어"…추가 제재는 없어
업계, "법적 사각지대와 휴먼에러의 결과"
비효율적 처리 구조..."추가 사례 발생 가능성 높아"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가상자산(코인) 현물을 기초로 한 해외 상장 ETF(상장지수펀드)가 국내 일부 증권사를 통해 거래된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지만, 금융감독원은 별도의 제재 없이 구두 권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해외 ETF 업무자동화 미비와 분류체계 부재로 인한 '휴먼에러(인적 실수)'가 주요 원인이라며, 동일한 구조적 한계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유사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감원 "현행법상 위반 소지…거래 중단 권고, 추가 제재는 없어"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최근 '그레이스케일 코인데스크 크립토5 ETF(GDLC)' 거래를 중단했다.
GDLC는 미국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이 운용하는 ETF로,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솔라나·에이다 등 5종의 가상자산 현물로 구성돼 있다.
해당 ETF 거래가 중단된 이유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ETF의 기초자산으로 가상자산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거래 자체가 법적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 자본시장법상 ETF의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위반 소지가 있어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속히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다만 "현재까지 추가적인 제재는 없다"며 “협회를 통해 유의 안내를 했고, 경과를 지켜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법적 사각지대와 휴먼에러의 결과…"완벽한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
시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통제의 사각지대이자 휴먼에러로 인한 결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활용하는 해외 ETF 시스템은 SEC 승인 리스트를 자동으로 수입(import)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때 증권사들은 연합인포맥스·블룸버그 등 외부 데이터로부터 ETF 정보를 받아 매매 가능 여부를 판단하지만, 데이터 분류 기준이 달라 현물·선물 여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증권사들은 외부 데이터를 수동으로 검토해 거래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하지만, ETF 종류가 수천 종에 달하고 구성 내역이 실시간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완벽한 사전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로 KB증권, 메리츠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외부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일부 코인 현물 ETF가 필터링되지 않았고, 토스증권은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상장 직후 거래를 지원하지 않았지만, 신규 편입 과정에서 담당자 착오로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종목을 일일이 수기로 필터링하는 구조이다 보니, 비의도적 노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랭클린 크립토 지수 ETF'(티커명 EZPZ)도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 거래가 가능했다가 뒤늦게 차단됐다. 이 상품 역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을 기반으로 한 ETF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사례 외에도 유사한 구조의 코인 현물 ETF가 여전히 시스템상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 추가 사례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재 어려운 구조…개인투자자만 피해 우려
금감원이 별도의 제재를 내리지 않은 것은 고의성이 없고, 구조적으로 완벽한 통제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증권사들은 모두 해당 상품의 존재를 인지한 즉시 거래를 중단했고, 자진 시정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충분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국내 제도상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ETF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손실을 보더라도 보호받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1월,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를 일괄 승인해 상장 거래가 본격화된 직후에도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를 통한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거래를 차단한 바 있다. 당시에도 명확한 제도적 기준 부재로 일시적인 혼란이 발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개별 회사의 실수라기보다 업계 공통의 구조적 문제"라며 "협회가 회원사 의견을 모아 가상자산 ETF 관리체계 개선 논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