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16억 HBM 수주 자율공시…알고 보니 ‘포장 장비’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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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16억 HBM 수주 자율공시…알고 보니 ‘포장 장비’ 공급
  • 문슬예 기자
  • 승인 2025.11.1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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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장비로 공시됐지만 실제론 범용 포장 장비
“소액 자율공시 이례적”…존재감 부각 의도 해석도
[사진=문슬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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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HBM(고대역폭메모리) 핵심장비인 TC본더 제조사 한미반도체의 최근 공시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반도체 지난해 매출 규모(5589억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의 소액 수주 공시인데, 장비의 품목이나 액수 등을 고려했을 때 한미반도체의 조급증이 반영된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14일 SK하이닉스와 HBM 제조용 장비 관련 16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2월 1일까지 해당 장비의 납품을 완료한다. 공급 사이트는 국내다. 지난해 총 매출액 대비 0.28%에 해당하는 액수다.

수주 규모 상 의무공시 사항은 아니지만, 한미반도체는 자율공시 형식으로 수주 소식을 시장에 알렸다. 한미반도체는 공시 하단에 "상기 내용은 HBM 제조용 장비에 대한 수주 건"임을 명기하며, 중요도를 부각시켰다. 

해당 공시가 나가고 시장 일각에서는 한미반도체가 수주한 장비 및 내용에 대해 설왕설래가 잉졌다. SK하이닉스가 HBM3E를 비롯해 HBM4 12단 물량을 본격적으로 엔비디아에 출하(또는 출하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때 단단한 사업적 결속을 자랑했던 한미반도체가 신규 본더 장비를 출하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나왔다. 실제 주가도 움직였다. 

한미반도체는 이날 공시와 별개로 주요 고객사인 마이크론으로부터 탑 서플라이어(Top Supplier)상을 수상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테크주의 강세와 적극적 IR에 힘 입어 17일 한미반도체는 5% 넘는 상승세(5.33%)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취재 결과 공시한 16억원 규모의 SK하이닉스향 HBM 장비 공급계약은 실제로는 완제품 출하 과정에서 사용되는 '포장 장비' 수주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미반도체의 공시를 두고 "HBM 전용 장비가 아닌, 제조가 완료된 제품을 포장하는 장비”라면서 "HBM이든 다른 제품이든 출하 단계에서 통상적으로 필요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계약은 후공정을 마친 제품을 다이 트레이에 담거나 출하를 위해 포장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장비로, HBM 핵심 공정이나 TC 본더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자율공시를 할 만큼의 중요도가 있는 장비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미반도체의 주력 장비인 TC본더는 장비 스펙과 부대 장비 셋(set)에 따라 공급단가의 차이는 있지만, 업계에서는 통상 대당 20억원 전후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해당 수주 건이 소액 계약이고 핵심 장비(TC본더, 하이브리드 본더 등)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율공시를 한 점을 두고 한미반도체의 주가 관리 '조급증'이 반영된 거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최근 매출액의 5%, 코스닥은 10% 이상일 때 수주 의무 공시를 낸다. 그보다 적은 액수의 계약은 자율공시 영역이다. 한미반도체가 이번에 공시한 금액은 지난해 매출액인 5589억원의 0.28% 수준에 불과하다. 

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HBM 핵심 공정 장비가 아닌 포장 장비 소액 수주에 자율공시까지 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며 “통상 이 정도 규모는 공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미반도체의 사업 환경을 감안할 때 이번 공시가 대외적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HBM4 장비의 신규 발주가 지연되고 최대 고객사인 마이크론의 HBM4 재설계로 기존 물량도 늦춰진 가운데, 소액 계약이라도 공개해 시장에 HBM 관련 공급망에 이상이 없다는 기류를 알릴 필요성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 마이크론으로부터 대규모 TC본더 물량을 확약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주가 관리에 대한 니즈 역시 반영된 걸로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4월 저점을 찍은 이후 장기간 보합세를 보이다가 10월 엔비디아 효과로 재차 상승 국면을 타고 있다. 다만, 10월 이후 이렇다할 HBM 관련 공급망 이슈가 없어 재차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실제 이날 공시와 배포 자료가 나간 이후 한미반도체 주가는 전일 대비 약 5.33% 상승했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조정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단기 반응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한편, 한미반도체는 “자율공시는 회사가 임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가 공시를 허용할 때에 가능한 것”이라며 “HBM 관련 장비 수주가 맞지만, NDA(비밀유지협약) 때문에 제품 사양이나 성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슬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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