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산 ‘직격’, DL이앤씨 '변수', 현대·GS는 관망…대우·삼성물산은 “이미 방향 달라”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자기주식 취득 후 1년 내 의무 소각 조항이 포함되면서 건설업계 내부에서 이해관계에 따른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개정안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장기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 내 강제 소각을 원칙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보유 중인 자기주식도 유예기간 적용 후 소각 또는 처분이 요구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자사주를 지분 전략이나 재무적 유연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해 온 건설사들은 전략 전환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상장 건설사들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차환 부담, 미분양 리스크, 금리·비용 증가 등으로 업종 전반의 주가수준이 낮게 형성돼 있으며, 주요 기업들의 PBR은 0.3~0.5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은 저평가 해소, 주가 방어, 경영 안정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자사주는 단순 투자자산이 아니라 분할·합병·조인트벤처 설립, 우호지분 확보 등 지배구조 설계 용도로도 작동해 왔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의 현실적 충격은 단순한 재무지표 변경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기업별 반응과 영향 범위는 차이가 크다.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최근 2년간 자사주 취득 공시를 반복하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결합한 주주환원 정책을 실현해 왔다. 광주 학동·화정 사고 이후 신뢰 회복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되는 이 정책은, 자사주를 보유하며 지배구조 안정과 시장 기대를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현산이 취득한 자사주는 1년 내 소각이 강제되는 구조가 되고, 기존처럼 자사주를 전략 자산으로 유지하는 방식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DL이앤씨는 상법 개정 취지와 시장 기대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DL이앤씨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연결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당·자사주 매입·단계적 소각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공시했고 실제 실행 중이다. 따라서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자사주가 장기 보유 전략이 아닌 소각 중심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겉보기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계열사 리포지셔닝, 신사업 진출, 구조조정 필요성이 남아 있는 그룹 상황에서 자사주 활용이 가능한 선택지가 사라지면, 향후 M&A·분할 전략 옵션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이번 논의에 대해 비교적 관망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자사주를 핵심 지분 통제 수단으로 활용해 온 기업이 아니며, 배당 중심의 보수적 주주환원 전략을 유지해왔다. 다만 업종 저평가가 장기화될 경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 제고 정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 이후 실질 매입 여부가 주주와 시장의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반면 대우건설은 이번 개정안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회사다. 대우건설은 2022년 중흥그룹이 지분 50.75%를 약 2조 원에 인수하면서 완전히 지배 구조가 재편됐고, 현재는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이 공동으로 지분을 나눠 보유 중이다. 실질적 경영 변수는 자사주가 아니라, 인수 이후 그룹 레버리지와 금융비용, 수익성 개선, 인수금융 상환 구조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자사주 강제 소각 제도는 대우건설의 지배구조 전략과 직결된 현안이라기보다는, 향후 중흥그룹의 배당정책·조달전략·재무 구조 조정 시나리오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의 경우는 이미 방향성이 달라져 있다. 삼성물산은 2024년 보유 자사주의 일부를 소각한 데 이어, 향후 5년간 잔여 자사주 약 2,400만주를 전량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대규모 자사주 보유 기업들이 받는 ‘주주가치 제고 압력’을 선제적으로 해소한 사례로, 이번 상법 개정 논의가 삼성물산의 정책 방향을 다시 흔들 요소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이 건설사들을 두 갈래로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는 자사주 매입과 즉시 소각을 명확한 주주환원 신호로 활용하는 기업군, 다른 하나는 자사주 기능 축소를 전제로 배당 확대·지배구조 개선·차등의결권·지주사 전환 등 대체 지배활용 도구를 마련하는 군이다. PF·금융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어떤 기업이 능동적으로 제도 변화에 맞춰 정책을 설계하느냐가 향후 가치 재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건설업은 경기 대응형 산업이라 자사주가 ‘전략적 유연성의 완충장치 역할’을 해왔다”며 “강제 소각 제도화는 일부 기업에는 주주환원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경영권 안정장치와 재무전략 옵션이 줄어드는 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