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 현실화, 캐나다까지 규제 확대하며 통상 리스크 고조
K-스틸법 통과에도 CBAM 비용 부담과 전환 속도는 과제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2025년 국내 철강업계는 글로벌 통상 압박이 겹겹이 더해지며 한층 불안정한 국면에 놓였다.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으로 내수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고율 관세 기조가 이어졌고 캐나다까지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출과 내수 전반에 부담이 누적됐다.
내수 시장에서는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을 둘러싼 시장 교란 논란이 본격화됐다. 그로 인해 최근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동국씨엠, KG스틸, 세아씨엠 등 3개사가 제기한 반덤핑 조사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 품목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최근 국내 기준에 미달하는 중국산 제품이 저가로 유입되며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업계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무역위는 3개월간의 예비조사 이후 본조사를 통해 덤핑 여부와 산업 피해를 판단할 계획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시장 교란 요소가 정확히 규명돼 산업 피해가 최소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시장 불안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수출 환경은 더욱 빠르게 악화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철강 수출액은 255억7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미국이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면서 한국산 철강에 대한 압박이 커졌고, 일본과 중국향 수출도 각각 12.2%, 16.2% 줄었다. 멕시코향 수출 역시 니어쇼어링 조정과 관세 부담이 겹치며 28.6% 감소했다.
여기에 캐나다의 신규 규제가 더해지며 통상 리스크는 한층 확대됐다. 캐나다는 철강 저율할당관세(TRQ) 제도를 강화해 한국을 포함한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의 무관세 쿼터를 기존 연간 수입량의 100%에서 75%로 축소하고, 철강 파생상품에는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해당 조치가 통상 규범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마닌더 시두 캐나다 통상장관과의 화상 면담에서 캐나다의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한-캐나다 FTA 규범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와 동시에 한국 측이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캐나다 측에 정부와 업계의 입장을 지속해서 전달했음에도 오히려 철강 TRQ 조치가 강화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무관세 쿼터 축소와 50% 관세 부과 계획에 더해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어서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EU로 연 300만톤 이상의 철강재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연간 4000억~5000억원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철강업계의 내년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분석한 ‘2026년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철강업은 석유화학, 기계, 건설과 함께 ‘흐림’으로 분류됐다. 대한상의는 내년 철강 수출이 올해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철강산업 구조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저탄소·고부가 전환과 사업재편을 지원할 법적 틀이 마련됐다. 국무총리 소속 특별위원회 설치와 저탄소철강 인증체계, 기술개발 지원, 사업재편 관련 공정거래법 특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철강 특별법이 저탄소 공정 전환과 미래 유망 고부가 품목 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법 제정과 별개로 기술 확보와 설비 전환에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5년은 통상 압박과 규제 강화가 동시에 현실화된 해였다”며 “정부의 통상 대응과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지만, 단기간에 업황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