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발생 건수 3건 '최다'... 우리銀 사고 금액 1095억원 '최대'
'구조적 한계' 글로벌 내부통제 프로세스 원인..."이슈 불거지기 쉬워"
은행권, 시스템 고도화로 사고 방지 총력...금융당국도 관련 입법 개선 추진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해외법인에서 올 한해 12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는 전체 금융사고의 60%에 육박하는 규모로, 국내에 비해 내부통제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관련 시스템 고도화 및 입법 개선 등에 더욱 고삐를 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4대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공시한 금융사고는 모두 23건으로 집계됐다. 금융사고 규모는 총 2014억3060만원이었다. 은행법 시행령은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 발생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이를 공시토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법인에서 일어난 사고는 총 6건으로, 사고 금액은 도합 1199억4432만원에 달했다. 전체 사고 금액의 59.6%가 해외법인에 집중된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 은행권이 각 은행이 글로벌 내부통제 역시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이들 은행이 운영 중인 해외법인 수는 국민은행 5개, 신한은행 10개, 하나·우리은행 각각 11개 등 총 37개다.
해외법인 금융사고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총 3건이었다. 이어 우리은행 2건, 신한은행 1건 등이었다. 하나은행은 이들 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사고가 1건도 없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법인(KB뱅크·옛 KB부코핀은행)에서 2건, 캄보디아법인(KB프라삭은행)에서 1건의 금융사고가 각각 발생했다. KB뱅크의 사고 내용은 현지 직원의 비위와 은행 간 비정상 이체 거래 등으로 사고 규모는 각각 17억6500만원, 30억5562만원이었다. KB프라삭은행의 경우 현지 직원에 의한 업무상 배임으로 17억4993만원 규모의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금액은 우리은행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의 해외법인 금융사고는 2건 모두 인도네시아법인(우리소다라은행)에서 발생했는데, 각각 현지 직원에 의한 업무상 배임 사고와 무역금융 사기 사건이었다. 이에 따른 피해 추정액은 모두 10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대 은행 해외법인 금융사고의 91%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한은행은 베트남법인(신한베트남은행)에서 현지 직원의 장기간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준법지원부의 점검을 통해 해당 직원이 2023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37억4880만원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각 은행 해외법인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르는 주된 배경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적인 한계'를 지목하고 있다. 국가별로 노동 문화와 규제 환경 등의 편차가 적지 않은 데다가 해외법인과 국내 본점 간의 물리적 거리까지 존재하는 만큼 해외법인의 내부통제 체계 전반이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의 해외법인 감사는 국내 본점의 글로벌 감사부서가 각 현지 법인의 자체 감사 결과를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1~3년 주기의 직접 현장 감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본점이 직접 해외법인의 샅샅이 들여다보기까지 시차가 있다 보니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기 비교적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글로벌 사업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해외법인 등에 대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는 비교적 더딘 상황"이라며 "은행이 자체적으로 글로벌 내부통제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금융당국도 관련 사항을 보다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법인 금융사고가 이어지자 각 은행은 관련 시스템 고도화 등에 집중하며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글로벌 경영관리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 해외 지점 및 사업과 관련한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으며 우리은행도 최근 47억원을 투입하는 글로벌 내부통제 업무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하나은행은 각 국가의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고객위험평가모델과 이상거래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해외법인 내부통제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글로벌 내부통제 전담조직(TF)을 운영하는 한편 해외법인 전담 내부통제 인력을 확충하고 유관부서의 해외법인 합동점검 프로세스를 강화 중이다.
금융당국 또한 은행 해외법인에 대한 감시망 구축에 나섰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현재 은행 해외법인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감독체계가 없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 개선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입법 개선을 위해 해외 각국의 규제 체계 등을 확인할 예정"라며 "기반 조사 등이 완료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입법 개선이 추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