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쏘아올린 '홀드백', 법제화로 이어지나… 영화계 "우린 이미 식물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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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쏘아올린 '홀드백', 법제화로 이어지나… 영화계 "우린 이미 식물인간"
  • 임채영 기자
  • 승인 2026.02.0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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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대통령 신년 회견서 "꽃은 화려하나 뿌리는 썩어... O플릭스 때문" 지적
- 임오경 의원 등 민주당 주도 입법 가속화… "시장 자율 실패, 법으로 강제해야"
- 김한민 감독 "CJ·롯데 사실상 개점휴업… 투자 씨 말라 천만 감독도 IP 포기"
- 3년 전 "티켓값 비싸다"는 관객 경고 무시한 대가 혹독… 극장 3사 뒤늦은 '가격 인하' 만지작
출처=임채영 기자
출처=임채영 기자

[녹색경제신문 = 임채영 기자] 전 세계를 강타하며 'K-콘텐츠의 저력'이라 찬사받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2025)>. 하지만 그 화려한 성적표를 들춰보면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제작사는 소니(Sony)이고, 주인은 미국 기업 넷플릭스다. 한국의 소재와 인력을 썼을 뿐, 수익과 IP(지식재산권)는 고스란히 해외 자본이 가져갔다. 글로벌 OTT가 일으킨 돌풍이 K-콘텐츠의 성공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사이, 정작 본거지인 한국 영화산업계는 말라죽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영화산업 위기 극복 방안으로 '홀드백' 법안을 언급했다. 홀드백(Holdback)이란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IPTV나 OTT 등 다른 플랫폼으로 유통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필수 유예 기간을 말한다. 이 법안은 무너진 극장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이 기간을 법적으로 강제하자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프랑스는 '미디어 연대기(Chronologie des médias)' 법을 통해 OTT 공개 시점을 개봉 후 최대 17개월로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팬데믹 이후 줄어들었던 홀드백 기간을 최근 다시 늘려 잡는 등 전 세계적으로 극장 보호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회와 영화계가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 발맞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이다.

◆ 대통령도 주목한 "홀드백"… "기다리면 공짜" 인식 깰까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문체위 간사) 주최로 열린 "한국영화산업 선순환 구조 복원을 위한 홀드백 정책 토론회"에서는, 위기에 처한 한국 영화산업의 구체적인 해법을 두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임오경 의원은 개회사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개봉 영화가 곧바로 OTT로 이어지는 구조가 극장의 관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하신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선(先)극장 후(後)OTT"라는 유통 원칙이 무너진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현재 국회에는 임 의원과 박정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극장 상영이 끝난 후 최대 6개월이 경과해야만 OTT 등 타 플랫폼에 영화를 공개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법안이다.

◆ 김한민 감독 "투자 0건… 한국 영화는 식물인간 상태"

역대 박스오피스 1위인 <명량>(1,761만 명)을 비롯해 <한산>, <노량> 등 이순신 3부작으로만 3천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한 김한민 감독(한국영화감독조합)이 이날 토론자로 나서며 "현장은 위기를 넘어 이미 식물인간 상태"라며 냉정한 현실을 증언했다.

김 감독은 "CJ, 롯데, 메가박스 등 소위 빅3 투자배급사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신규 투자를 전면 중단했다"며 "나조차도 다시 투자처를 찾는 데만 6개월이 걸릴 정도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해운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 사례를 언급하며 "천만 감독조차 제작비가 깎이고, 울며 겨자 먹기로 IP(지식재산권)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OTT에 줄을 서려 해도 기약이 없다. 함께 하고 싶어하는 감독들이 줄을 지어 대기하는 상황," 홀드백 법제화는 파괴된 생태계에 가하는 마지막 심폐소생술"이라고 호소했다.

◆ "1만 5천 원은 비싸다"… 3년 전 경고에도 변하지 않는 업계

일각에서는 홀드백 법제화만으로는 돌아선 관객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팬데믹 이후 급등한 "티켓값"에 대한 관객들의 저항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23년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응답자의 76.2%가 "티켓값을 내린다면 영화관에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미 3년 전부터 관객들은 "가격만 합리적이라면 극장에 가겠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업계는 이를 외면한 채 1만 5천 원(주말 기준)의 고가 정책을 고수해왔다.

◆ 극장 3사, 뒤늦은 "가격 인하 검토".. "원흉" 지목된 OTT, 끝내 불참… 불편한 자리 피했나

위기감이 극에 달하자 요지부동이던 극장업계도 태도 변화를 예고했다.

본지가 현장에서 만난 CJ CGV와 롯데시네마 관계자들은 "관객 회복을 위해 티켓값 인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시네마 측은 "이미 여러 가격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임오경 의원은 OTT 관계자들의 집단 불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임 의원은 "이번 토론회에 주요 OTT 업체 관계자들을 정식으로 초청했으나, 이들 모두 참석을 거절했다"며 텅 빈 자리를 지적했다.

사실상 한국 영화산업 생태계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논란의 중심에 선 OTT 업계가, 쏟아질 성토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침묵"을 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채영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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