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에코시스템' 성과 미비…상장 앞두고 ‘성장 엔진’ 우려
'6500원의 역설'…성과 달성이 부른 184만주 오버행 현실화
[녹색경제신문 = 최성남 기자]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이라는 중차대한 기로에 선 케이뱅크가 ‘가상자산 예치금’이라는 해묵은 아킬레스건에 발목을 잡힌 모습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과거 성장을 견인했던 저비용 수신 구조가 붕괴되면서 은행의 본질적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데다, 상장 직후 공모가보다 현저히 낮은 스톡옵션 물량이 쏟아질 오버행(잠재적 매물부담) 공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사측은 운용 마진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내세우며 시장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IPO 이후 향후 성장 엔진과 주가 방어력에 대한 의문 부호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공짜 예금'의 배신… 2.1% 고정비용에 갇힌 재무구조
9일 케이뱅크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두나무(업비트)에 지급해야 할 예치금 이용료율은 기존 0.1%에서 2.1%로 조정된 이후 이자 비용 부담은 급증하고 있다. 2023년 연간 95억원에 불과했던 관련 이자 비용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1080억원으로 11배 넘게 폭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케이뱅크는 업비트의 거액 예치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끌어 쓰며 '공짜 점심'을 즐겨왔다"면서도 "현재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파트너사에게 고스란히 상납해야 하는 '비용의 늪'에 빠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측은 "기준금리 인하 시 이용료율 하향 조정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두나무가 순순히 이용료를 낮춰줄지는 미지수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NIM 1.40% '소폭 반등'의 함정… 수익성 복원은 '언감생심'
케이뱅크의 수익성 지표는 악화된 상황이다. 은행이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행이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로 남기는 순수한 이익률)'은 2022년 2.51%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2025년 3분기 1.38%까지 떨어졌다. 일반 시중은행들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케이뱅크 측은 작년 4분기 이 수치가 1.40%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0.02%포인트의 반등은 바닥을 확인하는 수준일 뿐, 과거와 같은 2%대 고수익 모델로의 복귀는 현재의 수신 구조하에선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며 "은행이 번 돈의 상당액을 예치금 이자로 지출하면서, 정작 대출 자원으로는 활용할 수 없는 '역마진의 공포'가 상장 후에도 밸류에이션을 짓누르는 상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 에코시스템'은 상장용 구호인가… 증명되지 않은 자생력
케이뱅크 측은 시장의 우려에 대해 '오픈 에코시스템(Open Ecosystem)'을 통한 실적 개선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체 수신의 20%대를 차지하는 단일 플랫폼(업비트) 의존도를 네이버페이, 무신사 등과 제휴를 통해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증권신고서에 언급된 BaaS(서비스형 은행) 확대 전략의 경우 단기간 내에 1000억원이 넘는 이자 비용 부담을 상쇄할 만큼의 비이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에선 의문을 표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 NPay, 무신사와 같은 대형 플랫폼과의 BaaS형 제휴를 확대해 해당 플랫폼 고객 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밀착형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오버행 폭탄 현실화 가능
케이뱅크가 상장된 이후 오버행(잠재적 매물부담) 이슈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한다.
케이뱅크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6년 3월 감사보고서 이후 약 184만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물량이 성과조건(자기자본 2조원, 세전이익 1000억원)의 충족 여부에 따라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고 적시했다.
케이뱅크 측은 정정신고를 통해 "2025년 가결산 기준 자기자본 2.2조원, 세전이익 1136억원으로 성과조건을 충족해 2025년 확정 감사보고서의 예상 발간 시점인 2026년 3월 이후에 신고서 제출일 현재 부여된 주식매수선택권 전량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다.
성과조건 달성이 확실시되면서 오는 3월부터 물량 폭탄이 현실화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해당 주식들의 행사가격은 주당 6500원으로 케이뱅크가 내세운 공모가(8300~9500원)보다 저렴하다. 스톡옵션을 가진 임직원들이 상장 이후 해당 주식을 팔아 치울 경우 주가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한편 케이뱅크는 오는 10일까지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12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일반 청약은 20∼23일 진행되며,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청약할 수 있다. 상장 예정일은 내달 5일이다.
최성남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