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개인사업자대출은 잔액 줄어...4대 은행 중 우리은행뿐
개인사업자대출 잔액 1년 새 6.2조원↓...중기대출 잔액 감소분의 75%
자산 리밸런싱 여파...기업여신 내 개인사업자대출 비중 '나홀로' 30% 하회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우리은행이 지난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중 유일하게 대기업대출은 늘리고 중소기업·개인사업자(소호)대출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등을 위한 자본비율 관리 차원에서 우량여신 중심의 자산 리밸런싱을 진행한 결과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자금공급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공공기관대출 등을 포함한 우리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8조32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7% 증가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중 최대 규모다. 다른 은행의 경우 국민은행 44조3000억원(6%↑), 신한은행 42조6967억원(6.4%↑), 하나은행 33조7720억원(8%↑)이었다.
반면 이 기간 우리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133조4360억원에서 125조1220억원으로 6.2% 줄었다. 1년 새 중기대출 잔액이 8조3000억원 이상 감소한 셈이다.
통상 대출 잔액 감소는 은행이 새로 내준 대출 규모가 기존 대출 상환액보다 작았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지난해 우리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심사가 이전보다 '까다롭게' 운영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중기대출이 역성장한 곳은 우리은행뿐이라는 점이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149조8000억원·3.2%↑), 신한은행(145조981억원·3.2%↑), 하나은행(142조4600억원·5.5%↑) 등 타 은행은 모두 중기대출이 3% 이상 늘었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024년 말 49조6540억원에서 43조4400억원으로 12.5%(6조2140억원) 감소했다. 이는 우리은행이 지난해 전체 중기대출 잔액 감소분(8조3000억원) 중 약 75%를 개인사업자대출에서 줄였다는 뜻이다. 국민은행(94조4000억원·1%↑), 신한은행(71조980억원·3.2%↑), 하나은행(58조1110억원·0.8%↑) 등이 소폭이라도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을 늘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전체 기업여신에서 중기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말 대비 각각 2.5%포인트(p) 및 2.6%p 하락한 68.2%, 23.7%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4대 시중은행 중 기업여신 내 중기대출 비중과 개인사업자대출 비중이 각각 70%와 30%를 밑도는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이처럼 우리은행이 중기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축소한 배경에는 자본비율 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이 자리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 및 생산적 금융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려면 보통주자본(CET1)비율 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며 "문제는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인 중기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이 증가할 경우 자본비율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때문에 우리은행은 우량여신을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재편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기업대출은 늘어나고 중기대출 등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CET1비율(12.9%·추정치)이 전년 말(12.13%) 대비 0.8%p 가까이 상승했는데, 당기순이익 효과에 적극적인 자산 리밸런싱 효과 등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편에서는 이 같은 우리은행의 자산 리밸런싱 전략에 대한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은행이 대기업대출 위주의 여신 재편성에 집중할 경우 경기 침체기 중소기업 등의 자금난이 한층 심화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물론 은행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높은 중기대출보다 비교적 안전한 대기업대출을 적극 취급하는 것은 자본비율이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러한 전략은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 측면에서는 분명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대출 중 생산적 금융과 관련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 중"이라며 "(개인사업자대출 중) 임대사업자대출 비중이 감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생산적·포용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혁신기업 금융지원을 늘리는 등 기업금융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