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압박·조달 비용 부담 확대…본업 수익성 방어에 무게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롯데카드가 차기 대표이사로 정상호 전 부사장을 추천하면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단순 위기 수습 인사가 아니라, 전략 방향을 재조정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데이터·PLCC·신사업 확장을 강조해왔던 롯데카드가 다시 ‘카드 본업’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LG카드 마케팅팀장, 현대카드 SME사업실장, 삼성카드 전략영업본부장 등을 거친 카드업 30년 경력의 영업·마케팅 전문가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롯데카드 카드사업본부장과 영업본부장을 역임하며 내부 사정도 깊이 이해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출신이나 IT 전문가가 아니라 전통 카드 영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상징성이 있다.
최근 카드업계 환경은 급변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압박은 지속되고 있고, 자금 조달 비용은 고금리 환경에서 빠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연체율 상승과 대손충당금 부담까지 겹쳤다. 카드사는 과거처럼 공격적 마케팅과 외형 확장으로 실적을 키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수익성 방어와 비용 효율화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롯데카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몇 년간 PLCC 확대와 데이터 기반 금융을 강화해왔지만, 카드 본업의 수익 구조는 여전히 결제 취급액과 카드론·할부·리볼빙 등 전통 금융상품에 크게 의존한다. 외형 확대 전략이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지 않는 환경에서, 영업과 마케팅에 강점을 지닌 리더를 선택한 것은 ‘실적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결정으로 읽힌다.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카드가 선택한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 디지털 실험을 지속하되, 단기적으로는 본업의 마진 구조를 재정비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난해 고객정보 유출 사고 이후 내부통제와 신뢰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는 내부 출신 인사가 필요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롯데카드의 소유 구조다. 현재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다. 사모펀드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안정적 수익성과 기업가치 유지다. 대규모 신사업 투자나 장기 실험보다 현금흐름 관리와 실적 안정이 우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상호 내정은 ‘공격적 확장’보다는 ‘가치 방어’에 가까운 선택으로 해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디지털 투자보다 수익성 방어와 비용 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라며 “영업 경험이 풍부한 대표 체제가 단기 실적 안정에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제는 분명하다. 빅테크와 핀테크가 간편결제와 데이터 금융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단순 본업 회귀만으로는 성장 스토리를 만들기 어렵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프리미엄 전략과 데이터 마케팅을 강화하는 가운데, 롯데카드가 어떤 차별화 전략을 제시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결국 정상호 체제의 핵심 과제는 디지털 확장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카드업이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지금, ‘확장’보다 ‘정비’를 택한 이번 인사가 장기 전략 수정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