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만 남겨 뉴코 개발 속도 배가
바이오테크의 핵심 자산만 분리해 개발에 집중, 기술이전(LO)을 추진하는 '뉴코(NewCo)'의 양태가 다채로워지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 개발한 뒤 기술을 양도해 글로벌 엑시트를 노리거나, 벤처캐피털(VC) 연합으로 대주주를 형성해 시리즈 투자 유치를 마치는 식이다. 법인 전체를 인수합병(M&A)하기보다 임상 파이프라인 등 핵심 자산 위주로 사업개발(BD)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트렌드에 부합하는 흐름이라는 평가다. [편집자 주]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일동제약의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유노비아'가 대원제약과 리스크 분담형 구조를 확립하며 새로운 뉴코 모델을 구축했다. 대원은 일동의 임상 개발에 참여해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개발을 책임지고 과실을 나누는 방식으로 어깨를 겯는다.
유노비아는 신약 권리를 모회사인 일동제약으로 넘겨, 판매허가 후 양사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조직을 비만·대사 질환 중심으로 슬림화해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선호하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이 100%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개발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신약 후보물질 '파도프라잔'의 국내임상 3상이 순항하고 있다. P-CAB은 유노비아가 신약을 개발하고 대원제약이 임상과 상업화를 책임지는 '뉴코(NewCo)' 법인에서 개발된 위식도역류질환 파이프라인이다.
뉴코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특정 신약 후보물질이나 기술 자산을 별도로 떼어내 설립한 프로젝트 중심의 신설 법인이다. 모기업의 재무 리스크와 임상 비용 부담을 분산하면서 벤처캐피털(VC)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직접 유치해 신약 개발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구조다. 단일 파이프라인에 역량을 집중해 임상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을 수출하거나 회사를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임상에 성공해 판매허가를 득하면, 자산 권리를 양수한 일동제약이 대원제약으로부터 임상 결과를 공유받아 동일 성분의 신약을 다른 상표로 출시하게 된다. 유노비아가 자산 양도를 통해 비만·대사 질환 전문 뉴코로 몸집을 줄이면서, 그룹 차원에서는 신약 출시를 통한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노비아는 2023년 11월 일동제약 연구개발(R&D)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신약 개발 전문 뉴코로서 독립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등기에 따르면 26일 기준 자본금은 10억원, 발행주식 총수는 200만주다. 2024년 4월 취임한 이재준 대표를 필두로 윤웅섭 일동제약 회장이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피연희·박준태 이사도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피연희 이사는 유노비아에서 임상개발 총괄을 맡고 있으며, P-CAB 신약의 공동 임상 실무를 진두지휘한다. 일동홀딩스 상무 출신인 박준태 이사는 그룹에서 법무, 거버넌스 등을 담당해 왔다.
2월 현재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대원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P-CAB을 포함해 ID110521156·ID119040338 등 3개다.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인 2형당뇨·비만치료제 'ID110521156'는 임상 1상 탑라인에서 최대 13.8% 수준의 감량 효능과 '간독성 없음' 등 안전성 지표를 확인했다.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주사제 삭센다, 위고비 대신 경구 투여가 가능한 알약 형태를 개발했다. 생산 단가 역시 생물학 제제를 사용하는 주사제보다 저렴해 대량 공급에 유리하다. 파킨슨병 치료제 'ID119040338'은 올 1분기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앞두고 있다.
대원제약은 유노비아와의 신약 공동 개발을 위해 유노비아와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했다. P-CAB의 우수한 임상 1상 데이터와 국내 소화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서다. 이에 따라 양사는 임상 2상부터의 개발 비용 및 국내 사업화 권리 일체를 책임지는 리스크 분담형 구조를 확립했다. 특히 공동 개발로 확보하는 지식재산권(IP)을 공동 귀속시켜 동일 성분의 이종 상표 제품을 각자 출시해 국내 시장 지배력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P-CAB는 기존 PPI 제제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는 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뉴 노멀'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국내외 P-CAB 시장 규모를 약 2800억원(2025년 추산)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뉴코 시스템이 유노비아를 재무적 생존 단계에서 글로벌 엑시트 준비 단계로 격상해 기업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 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유노비아는 P-CAB를 제외한 나머지 파이프라인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수년 내 LO를 노리고 있다. P-CAB를 일동제약으로 넘기고, 유노비아를 비만·대사 전문 뉴코로 포지셔닝하려는 배경이다.
통상 글로벌 VC는 M&A를 주도할 때 부채, 인력 구조 등 비핵심자산까지 떠맡기보다 핵심 자산만 인수하길 원한다. 리스크를 특정 자산으로 한정할 수 있어 기업 가치를 '비만 치료제'에 집중하도록 하는 유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이 간소해지면 그만큼 의사결정 체계도 빨라져 임상 진행에도 속도가 붙는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나 현지 상업화 절차도 훨씬 수월해지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유노비아는 P-CAB 자산 양수 이후 날렵해진 조직 구조로 올 1월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에 참여해 기술이전을 위한 파트너링 작업을 본격화했다.
일동제약 측은 "이 기간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과 미팅을 진행하며 유망 파이프라인에 대한 상업화 가능성을 타진했다"며 "2월 현재 글로벌 임상 2상 IND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이전 시점은 올 상반기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보영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