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임채영 기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로 영공이 폐쇄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해외여행객들의 발이 묶이고 항공권 가격 인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동을 경유하는 외항사들의 결항 사태가 현실화된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 반영 시차와 엇갈린 실적에 따라 위기 대응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 영공 폐쇄로 외항사 결항 속출… "확정 전까지 공항 가지 마라"
중동 지역 영공 폐쇄로 인해 해외여행 노선에는 당장 빨간불이 켜졌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 전반의 영공 폐쇄로 인해 3월 5일부터 3월 7일 아랍에미리트(UAE) 시간 23시 59분까지 에미레이트 항공의 운항 스케줄이 제한된다"고 공지했다. 두바이를 경유하는 환승객은 연결 항공편이 실제로 운항되는 경우에만 탑승할 수 있으며, 두바이 전역의 도심 체크인 시설 운영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임시 중단됐다.
에미레이트 항공 측은 "당사로부터 직접 안내를 받았거나 해당 항공편에 대한 예약이 확정된 경우가 아니라면 공항으로 이동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당부하며 "결항 영향을 받은 고객은 3월 27일 이전 출발 일정으로 대체 항공편에 재예약하거나, 3월 12일 이전 출발 예약 건에 한해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유류할증료 후행성… 단기 운임 인상 가능성 낮아
결항 사태와 별개로, 당장의 급격한 운임 변동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류할증료는 국토교통부 기준표에 따라 산정되며, 부과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은 전전달 16일부터 전달 15일까지의 평균값을 적용해 1~2개월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공식 답변을 통해 "현재까지 유류할증료 및 내부 운항 노선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없다"며 "당사는 중동 지역 운항 노선이 없으며 직접적인 예약률, 취소율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상황 변화 시 즉각적인 공지 및 안내를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국제 유가 변동이 실제 소비자 부담이나 항공사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며 "최근 며칠간 유가가 오르긴 했으나 다시 안정화되는 추세도 있어 실제 평균값이 어떻게 산출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유가 헤지 비율은 "내부 정보"… 화물 대체 운송 수혜는 "아직"
국내 항공사들은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유가 및 환율 변동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방어 수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모두 "유가 선도 계약 등 유가 방어 상품 비율은 기업 내부 정보에 해당하여 외부로 밝힐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해상 운임 폭등으로 인한 화물 대체 운송 수혜 역시 아직은 체감하기 이른 단계다.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 관계자 모두 "기존 해운 물류가 항공으로 넘어오는 유의미한 물동량 증가나 확정된 상황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 나 홀로 흑자 대한항공 성과급 잔치… 합병 조건 떠안은 티웨이는 수천억 적자 늪
결국 시장의 우려는 유가 상승을 견뎌낼 항공사 간 구조적 체력과 수익성 양극화로 향한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대한항공은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 평균 393%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치인 매출 16조 5019억 원을 기록했다. 고환율과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은 1조 53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다소 감소했으나, 압도적인 자본력과 사업 다각화로 타사 대비 독보적인 실적을 방어해 냈다.
반면 LCC 업계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매출 1조 7982억 원을 기록하며 외형을 키웠으나, 무려 265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대규모 적자의 늪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주요 항공사들도 줄줄이 적자로 전환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현재 업계 전반의 적자는 유가 요인보다 고객 수요 부진에 따른 단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고 선을 그었다. 유럽 노선 우회에 따른 유류비 부담 지적에 대해서도 "취항 초기부터 현재의 남쪽 우회 항로를 이용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갑자기 항로가 바뀌거나 비용이 급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티웨이항공의 대규모 적자 이면에 대한항공 합병이라는 구조적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유럽연합(EU)의 노선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체 항공사로 낙점되며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유럽 장거리 노선에 투입됐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이 막강한 체급을 바탕으로 홀로 흑자를 내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동안,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노선 안착을 위한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고유가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게 된 형국이다. 중동 사태 등으로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대한항공의 합병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관받은 유럽 노선이 도리어 티웨이항공의 재무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채영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