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중심 발행 주관 딜 잇따라
환율 환경·글로벌 신용평가 수요 맞물려 발행 확대 기대
중소형사 "발행·투자 네트워크 확보 관건…대형사 유리"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환율 환경 변화와 정부 규제 완화 속에 최근 약 13년 만에 김치본드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다만 투자자 네트워크 확보가 핵심인 시장 특성상 관련 딜은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쏠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행사와 투자자를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중소형 증권사들은 네트워크 한계로 시장 참여가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환율·규제 완화에 김치본드 13년 만에 재개...대형사 주관 잇따라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한 가운데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2013년 이후 위축됐던 김치본드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김치본드는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을 의미한다. 과거 2011년에는 연간 발행 규모가 약 62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확대됐다. 그러나 외화 유출 우려로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발행이 급격히 줄었고 이후 시장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김치본드 발행 주관에 참여하며 시장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KB국민카드의 1억3000만달러 규모 김치본드 발행을 맡았고, KB증권은 현대캐피탈의 6억6000만위안 규모 발행에 참여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우리카드의 5000만달러 규모 소셜 김치본드를 주관했으며, 키움증권 역시 현대카드의 2000만달러 공모 김치본드 발행에 참여하는 등 관련 딜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김치본드 발행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환율 환경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외화 수요를 활용한 새로운 조달 채널이 생긴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 측면에서도 통화 환경에 따른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10년 이상 발행이 거의 없었던 시장이 다시 열리면서 투자자 관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기관뿐 아니라 국내에 거점을 둔 외국계 기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김치본드를 발행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거나 이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거론된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김치본드 발행 확대 배경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거나 이를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국내 원화채보다 금리가 다소 높을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투자 네트워크 확보 관건…중소형사 "접근 쉽지 않아"
다만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더라도 이러한 수혜를 중소형 증권사가 함께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치본드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자본 규모보다 투자자 네트워크와 채권 세일즈 역량에 있기 때문이다. 외화 채권 발행 과정에서는 투자자 대상 IR과 판매 능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발행사가 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수요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를 갖춘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김치본드 발행 과정에서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금융 허브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지역 투자자를 대상으로 채권 투자 수요를 확보해야 발행이 안정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 영업망과 글로벌 채권 세일즈 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행사가 주관사를 선정할 때도 단순한 인수 능력보다 해외 투자자 대상 판매 역량을 주요 기준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결국 해외 거점을 갖춘 대형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형성된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주요 금융 허브에 영업 조직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시장 참여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 주체와 투자처를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시장 특성상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서는 중소형사보다 대형 증권사가 접근하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치본드 발행에 대한 국내외 기업 수요와 기관 투자 수요가 얼마나 지속될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 전담 조직을 두거나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