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 안정 기조에 라면·식용유 등 줄줄이 가격 인하
외식업계 일부는 인상…업계 “경영 부담 커질 것” 관망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49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식품·제과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가공식품 가격 인하를 압박하면서 업계는 비용 상승과 가격 인하 요구 사이에서 이중 부담에 직면한 모습이다.
이에 라면과 식용유 등 일부 제품은 다음 달부터 가격 인하가 예정된 반면, 외식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사례가 이어져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상승하며 1490원대까지 올라섰다. 실제로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상승한 1490.6원으로 출발해 장 초반 1480원대 후반에서 등락했다. 전날 환율은 14.7원 오른 1481.2원에 마감했으며, 야간 거래에서는 장중 1495.2원까지 상승했다.
환율 상승 배경에는 국제유가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 달러로 마감해 지난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9.7% 급등한 배럴당 95.73 달러를 기록했다.
이란의 강경 대응 가능성으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됐고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역시 99선 후반까지 상승했다.
한편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밀, 식용유 원료, 설탕 등 주요 원재료 상당수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 식품업계는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 4곳은 다음 달 출고분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4.6~14.6% 인하하기로 했다. 대상은 총 41개 제품이며 제품당 출고가는 약 40원에서 100원가량 낮아질 전망이다. 라면 가격 인하는 지난 2023년 이후 약 2년 9개월 만이다.
농심은 안성탕면과 무파마탕면 등 봉지면 12종과 쫄병스낵 4종 등 총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7% 인하한다. 오뚜기는 진짬뽕과 열라면 등 제품 출고가를 평균 6.3% 낮추며,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오리지널 가격을 평균 14.6% 인하한다. 팔도 역시 비빔면과 왕뚜껑 등 19종 가격을 평균 4.8% 내릴 예정이다.
식용유 업계도 가격 인하에 동참한다.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사조대림, 롯데웰푸드, 동원F&B 등 6개 업체가 일부 제품 출고가를 평균 3~6% 낮추기로 했다. 제품별로는 최대 1250원까지 가격이 내려갈 전망이다.
이 같은 가격 인하 흐름은 제분·제당업체들이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낮춘 영향도 있다. 실제로 최근 제빵 프랜차이즈 일부가 빵과 케이크 가격을 인하하는 등 가공식품 전반으로 가격 조정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업계 전반이 가격 인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외식업계에서는 오히려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패스트푸드 업체 KFC는 13일부터 오리지널 치킨 등 치킨·버거 23종 가격을 조정했다. 오리지널 치킨은 300원, 일부 치킨 메뉴는 200원씩 인상됐다. 회사 측은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제반 비용 증가 등을 가격 조정 이유로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의 가격 안정 정책과 원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업계 부담은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밀가루나 설탕 가격이 일부 안정됐지만 환율과 유가 상승으로 전체 원가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방향을 지켜보면서 가격 정책을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