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에 막힌 로봇 IPO... HD현대·HL ‘자금·성장’ 이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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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규제에 막힌 로봇 IPO... HD현대·HL ‘자금·성장’ 이중 압박
  • 김지윤 기자
  • 승인 2026.04.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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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로보틱스 IPO 철회 가능성 거론... 모회사는 ‘리레이팅’ 기대
HL로보틱스 프리A 투자 흔들... 최대 800억 기대했지만 속도 조절
지난해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오토메티카
지난해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로벌 최대 규모의 로봇 산업 박람회인 '오토매티카(AUTOMATICA)에서 HD현대로보틱스의 부스 전경 (사진=연합)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정부가 상장사를 대상으로 강력한 중복상장 규제를 예고하면서 최근 대기업 사업영역 중 ‘알짜’가 된 로보틱스 분야의 신규 상장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초기 R&D와 생산 비용이 크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상장을 통한 유동성 조달에 대한 니즈가 크지만, 기존 주주의 권익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HD현대로보틱스와 HL로보틱스의 상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업계에서는 중복상장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지 투자 및 IPO 단계들이 사실상 중단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6월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이른바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발표된 ‘자본시장 체질 개선 추진 방안’의 일환으로,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과정에서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기조를 명문화하고 세부 심사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HD현대로보틱스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기관 투자자로부터 약 18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며 1조8000억원 가량의 밸류를 인정받았다. 시장에서는 상장 시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맞서는 ‘국내 로봇 대장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하지만 중복상장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IPO 절차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 일정이 지연되는 것을 넘어, IPO 철회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자회사 IPO가 막힐 경우 로봇 사업 가치가 HD현대에 온전히 반영되면서 기업가치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경우 HD현대로보틱스는 자금조달 경로가 막히는 것에 더해 프리IPO 투자에 포함된 풋옵션 조항이 리스크로 부상하게 될 수 있다. 상장이 일정 기간 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가 지분을 되팔 수 있어, 기업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자금 상환 부담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기업공개기한까지 기업공개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 기업공개 기한 만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풋옵션 조항을 삽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HD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아직 IPO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으며, IPO 철회 시 재무적 부담에 대해서도 지금은 외부에 알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IPO를 추후 진행하더라도 기존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호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HD현대에서 로봇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됐으며, 현재 HD현대가 약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실적도 성장 궤도에 올라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2630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약 80%가 산업용 로봇에서 발생했다.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전자·물류 자동화 수요 확대에 따라 현재 로보틱스 시장에서 가장 상업성과 수익성이 검증된 영역으로 평가된다.

옛 한라그룹인 HL그룹 역시 중복상장 규제 여파를 맞고 있다. 계열사 HL로보틱스다. HL로보틱스는 지주사인 HL홀딩스 100% 자회사다.

HL로보틱스는 IPO를 염두에 두고 프리A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었지만, 최근 중복상장 규제 불확실성으로 투자 논의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약 500억원 규모 투자 유치가 예상됐고, 시장에서는 최대 8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적은 아직 초기 단계다. HL로보틱스는 지난해 약 96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수주 규모는 기대 대비 크지 않았지만,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축적된 R&D와 양산 기술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차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스탠리로보틱스(Stanley Robotics) 지분 약 74%를 확보하며 기술 기반을 강화한 것이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주차 로봇을 기반으로 AMR(자율주행 물류로봇) 영역까지 확장할 경우 향후 5년 내 매출이 20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모회사 HL홀딩스의 밸류에이션 상승 요인으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자금 여력이다. HL로보틱스는 모회사로부터 약 490억원을 투자받았으며, 이 중 약 320억원이 Stanley Robotics 인수에 투입돼 실제 가용 자금은 약 17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상황에서 프리A 투자까지 지연될 경우, 추가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상장이 막히게 되면 투자자의 엑시트(회수) 경로가 제한되기 때문에 투자 유치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인력 확보 역시 부담이다. 로봇 산업은 핵심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데, 상장을 전제로 한 스톡옵션이 주요 보상 수단으로 활용된다. HL로보틱스는 지난해 5월과 올해 2월 임직원 스톡옵션 부여를 위해 약 22만주 규모의 신주를 제3자배정 방식으로 발행하는 공시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IPO가 불투명해질 경우 이러한 보상 체계의 실효성도 무산된다. 

HL로보틱스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며 “현재는 프리A 투자 유치 단계로, 상장 여부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산업은 초기 기술과 양산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산업용 로보틱스의 경우 1000억원대 까지도 초기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며 "만약 IPO가 막히면 투자 회수 압박까지 겹쳐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지위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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