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캄보디아 법인, 개선 없이 만성 적자 지속...애물단지 전락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금융 한류’를 기치로 추진해온 해외 합작 거래소 사업이 10여 년이 지나도록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재무 구조 전반에 부담을 키우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지 시장 환경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거래 시스템 수출에 치중한 사업 확장이 결국 대규모 투자 손실과 자산 부실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1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 설립한 합작 거래소들은 대부분 수익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장기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 투자금 대비 장부가치가 급격히 훼손되며, 사실상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024년 취임 이후 해외 합작법인의 적자 구조 개선과 시장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밝혀왔다. 실제로 캄보디아 증권거래소(CSX) 관련 주주 간 협의와 현지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위해 직접 현지를 방문하는 등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뚜렷한 성과나 구조적 개선 방안은 제시되지 못한 채, 근본적인 변화는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다.
캄보디아 증권거래소는 한국거래소와 캄보디아 경제재정부가 공동 설립한 합작 거래소로, 2009년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하고 2011년 출범했다. 현재 지분 구조는 캄보디아 정부가 55%, 한국거래소가 45%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취득원가 120억6000만 원 대비 장부금액은 50억7000만 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도 12억7000만 원에 달한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순손실은 6억9296만 원, 9억0713만 원, 7억4523만 원, 5억5773만 원, 10억3115만 원, 12억7348만 원으로, 단 한 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라오스 증권거래소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총 186억9000만 원이 투입됐지만 현재 장부가치는 8억1000만 원 수준으로, 투자 원금의 약 95%가 증발한 상태다. 당기순손실도 11억2000만 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이 고착화되고 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순손실은 12억0333만 원, 9억4713만 원, 8억6806만 원, 14억1730만 원, 12억7646만 원, 11억2280만 원으로 집계되며, 구조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거래소는 일부 흑자를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한 사례로 평가되지만, 이 역시 한계는 뚜렷하다. 당기순이익 15억3000만 원을 기록했음에도 장부금액은 28억8000만 원으로 취득원가 71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단기적 수익에도 불구하고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이들 3개 거래소에 투입한 약 377억 원 가운데 현재 장부가치는 약 87억 원 수준에 그치며, 290억 원 이상이 사실상 손실 처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라오스와 캄보디아 거래소는 상장기업 수가 각각 10여 개 수준에 머물고 거래량 또한 극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거래소 본연의 기능인 자본 중개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시스템 수출 중심’의 일방적 접근을 꼽는다. 한국형 거래 시스템을 이식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정작 시장 성장의 핵심 요소인 상장기업 유치, 투자자 기반 확대, 자본시장 생태계 조성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외형적 인프라 구축에만 치중한 결과, 실제 시장은 ‘껍데기’에 머물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결국 한국거래소 해외 사업의 성패는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실질적인 자산 가치 회복과 시장 활성화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와 같이 투자금 대부분이 훼손된 상황은 글로벌 금융 허브를 지향한다는 전략과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추가 투자보다는 구조조정이나 지분 정리 등 현실적인 선택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