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 메모] 설명 가능한 계약이 '좋은 계약'...숫자 강조할수록 행간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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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투자 메모] 설명 가능한 계약이 '좋은 계약'...숫자 강조할수록 행간 읽어야
  • 민보영 기자
  • 승인 2026.05.0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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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 바이오링크파트너스 대표, "회사 정보 공개 태도 중요" 
바이오 BD 핵심은 누구에게, 왜 기술 필요한지 정의하는 것
하반기 화두는 정책 변화·모달리티 상업성·후기 임상 데이터 
윤태진 바이오링크파트너스 대표.
윤태진 바이오링크파트너스 대표.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좋은 계약은 파트너사 등에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계약입니다. 시장에서 공정한 평가를 받고자 하는 회사라면 최소한 투자자가 계약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숫자만 강조되는 계약일수록 행간을 면밀히 읽어야 합니다."

투자하려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계약 공시가 내실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조건으로 계약의 '개발의무(Development Obligation)'의 포함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계약서에 공개된 계약 총액 등 '숫자'도 중요하지만, 정보 공개 등 개발의무에 대한 회사의 태도가 계약의 질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윤태진 바이오링크파트너스 대표는 7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비밀유지 조항이 많은 계약을 투자자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에 이같이 밝혔다. 개발의무는 계약 맺는 파트너사가 후보물질 등 계약 대상을 끝까지 책임지고 시장에 내놓겠다는 약속의 실체를 의미한다. 이 조항이 없으면 수조원대 계약이라도 파트너사의 변심으로 이행 지연, 개발 중단, 해지, 권리 반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밀유지 의무는 비즈니스 거래에서 발생하는 핵심 조항이다. 계약 내용이 전문적인 제약바이오 분야 기술이전 계약은 더욱 그렇다. 이는 투자자가 좋은 계약을 가려내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윤 대표는 계약금 총액 등 공개된 정보 중에서도 계약금·마일스톤을 합한 총액을 의미하는 '바이오벅스'보다 1~2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숫자'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총액이 커도 실제 수령일이 먼 미래에 있는 후행 마일스톤이 대부분이라면, 계약의 실질 가치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 대표는 숫자와 함께 회사의 정보 공개 태도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 공개 태도가 좋은 기업의 계약에는 개발의무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총 계약 규모만 강조하면서 계약 구조나 파트너의 역할, 개발 책임, 초기 현금 유입의 의미 등을 설명하지 않는 계약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계약을 체결할 때 국가·지역별로 계약을 세분화하는 '분할 계약' 전략의 장·단점도 언급했다. 분할 계약은 각 지역 시장의 경쟁 상황과 파트너의 전략적 필요성을 활용해 더 나은 조건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한다. 특정 지역에서 먼저 좋은 성과를 만든 뒤, 이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 계약을 더 유리하게 체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운영 난도는 더욱 높아진다. 윤 대표는 "복수의 파트너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데다 각 지역별 개발 전략, 임상 데이터 활용, 규제 대응, 상업화 일정 등을 조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향후 글로벌 권리 통합 등을 고려하면 분할된 권리 구조는 복잡성을 높이고 가치 평가에서 할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스스로 분할 계약을 실제로 운영 가능한지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한다고도 했다. 이 답이 준비돼 있지 않은 채 수익 극대화만 노리고 분할 계약을 선택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좋은 과학, 가치로 전환 경험하는 비전 실행 중  

윤 대표는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스탠퍼드 의대, 연대 화학과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2015년에는 유한양행에 입사해 글로벌BD팀장, 전략실장을 맡으며 얀센과의 렉라자 계약을 비롯해 길리어드, 베링거인겔하임 등과 기술이전 공동연구 등 40건 이상의 계약에 관여했다. 

윤 대표에게 연구는 지적 호기심이나 논문 자체에 머무르는 '실험실 안의 과학'이 아니다. 그는 실제 환자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했다. 윤 대표는 "학계에서 연구를 해 보니, 좋은 성과가 있어도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는 과정은 별개의 영역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연구의 가치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제약산업에 뛰어들었다"고 회고했다. 과학자로서 인류에 기여하고자 했던 초기 비전이 확장된 결과다.

지난해 8월에는 유한양행 R&BD본부 전략실장직을 사임한 뒤 바이오링크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기술력은 있지만 사업개발(BD) 등 산업 경험이 부족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전략과 BD 교육·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방법론이나 전략적 이해 없이 개인 경험이 의존하는 BD 산업에 대한 문제의식도 설립 배경으로 작용했다. 

윤 대표는 "이런 환경에서 BD는 정형화된 역량으로 축적되지 않고, 그 결과 전략적 깊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BD를 체계적인 프레임워크로 정리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BD 수준을 고도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달부터 'BD 마스터 프로그램' 등 온라인 교육도 론칭했다.

윤 대표는 BD 전문가에 대해 '약의 가치를 자본의 논리로 전환하는 설계자'로 정의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이익을 내야 한다. 윤 대표에 따르면 BD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이 상품 출시, 기술 수출 등 실제 이익을 내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다. 신약 출시까지 드는 긴 시간과 큰 비용 대신 기술수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의 핵심에 BD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BD의 거래 설계 역량은 윤 대표가 교육 등을 통해 개선하고자 하는 지점이다. 그는 "BD 업무를 위해 알아야 할 지식·기술·태도 등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채 실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BD 마스터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 구조와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현장 BD 수준은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트너사 당면 과재, 수출 자산(asset)과 맞물리는지 파악해야

BD의 관건은 파트너사의 당면한 과제와 자사의 자산(asset)이 정확히 맞물리는지 판단하는 데 있다. 개별 기술의 우수성보다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 파이프라인 구조를 데이터와 근거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윤 대표는 "관심 질환군을 보는 수준이 아니라 어떤 개발 단계에서 공백이 있는지, 최근 어떤 임상 결과가 한계를 드러냈는지, 향후 어떤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려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분석에 기반해 경쟁 자산과는 다른 차별성으로 파트너사를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트너사 전략과 맞지 않으면 우수한 기술이라도 거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윤 대표가 BD의 역할을 파트너사 전략 안에서 개발기업 자산의 자리를 설계하는 일로 해석하는 배경이다.

기술이전 계약에서는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윤 대표는 "계약서에 좋은 표현이 들어가 있는 것과, 실제 상대방의 행동을 유도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파트너의 전략이 바뀌거나 내부 우선순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내 자산이 개발을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계약을 통해 강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도 내부 전략, 포트폴리오 우선순위, 예산 등이 바뀔 수 있는 기업인만큼 수시로 변화하는 업황 가운데 자산 개발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개발의무 외에도 ▲상업화 기준을 의미하는 'CRE(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마일스톤 트리거 ▲데이터 접근권 ▲계약 종료 시 권리 반환 조건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환자에게 의미 있는 가치가 오래 살아남을 것

윤 대표는 올 하반기 제약바이오 핵심 화두로 정책 변화, 신규 모달리티의 상업적 입증, 후기 임상 데이터를 꼽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현실화로 약가 인하 적용이 시작되면서 바이오의약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의존도를 낮추는 등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제조·개발 생태계가 재편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윤 대표는 "기술 측면에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표적 단백질 분해(TPD), 항체-약물 접합체(ADC),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등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며 "하반기는 단순한 기술 유행보다 정책 변화, 상업성 입증, 후기 임상 데이터가 실제 기업가치와 딜 구조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발 주자인 K-바이오텍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같은 방식으로 승부를 보기보다 기존 약물의 한계를 한국 바이오텍 플랫폼 기술로 극복하는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공 확률과 자본 효율성을 고려해 검증된 '생물학적 기전(biology)'을 토대로 차별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를 위해 BD 초기 단계 환자군, 대조약, 평가지표를 선정 시 글로벌 임상과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리스크를 함께 부담하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신뢰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윤 대표는 제약바이오 기술을 가치로 전환하려면 성공 전략, 자본 배분, 임상 개발 설계, 파트너링 요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면서도 "결국 환자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드는 자산, 회사가 시장에서도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민보영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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