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효과에 NH투자증권·삼성증권 주관 실적 선두권
지난해 공모총액 1위 KB증권은 대형 딜 공백 직격탄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증권사 기업금융(IB)의 핵심 수익원인 IPO(기업공개) 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신규 상장 종목들이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수백 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의 주관 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지는 공모 규모는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IPO 시장은 대형 딜 실종과 중소형주 중심의 상장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IPO 공모금액은 775억원에 그쳤다. 이는 최근 5년(2021~2025년) 5월 평균 공모금액인 8271억원과 비교해 90.6% 감소한 규모다.
상장 기업 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 5월 신규 상장 기업은 코스모로보틱스, 폴레드, 마키나락스 등 3개사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인 9개사와 장기 평균인 8개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코스모로보틱스와 폴레드, 마키나락스 등 3개 기업이 잇달아 증시에 입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시장 전체 규모를 확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들 기업의 공모 규모가 대부분 300억원 미만에 머물면서 공모금액 증가 효과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장 이후 일부 종목은 공모가 대비 큰 폭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증권사 주관 수수료 수익과 직결되는 시장 전체 공모 규모는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이러한 ‘공급 가뭄’은 증권사 주관 실적 리그테이블 순위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올해 상반기 리그테이블에서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초 공모 규모 1조2000억원 수준의 케이뱅크 IPO를 대표 주관하며 약 4500억원 규모의 주관 실적을 확보, IPO 주관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적도 뒷받침됐다. NH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IB 관련 수수료 수익은 9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IPO를 포함한 인수·주선 수수료는 22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9.3% 증가했다. IPO 주관 시장 점유율은 37.4%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 12.5%(3위)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서도 시장 점유율 30.9%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케이뱅크를 비롯해 덕양에너젠, 인벤테라 등 대형·중소형 딜을 고르게 확보한 점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삼성증권도 IPO 시장 내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케이뱅크를 비롯해 지난 4월 채비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하반기 대형 IPO 후보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ECM 주관 시장 점유율 23.4%로 업계 2위에 올랐다. 지난해 5위(5.6%)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IPO 시장 점유율도 31.2%를 기록하며 업계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IPO 주관 실적 1위를 차지했던 KB증권은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조 단위 대형 딜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공모총액 기준 2조821억원의 실적을 기록해 업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채비와 리센스메디컬 등 2건, 총 1261억원 규모 IPO 주관에 그치면서 실적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IB 부문 실적도 영향을 받았다. KB증권의 올해 1분기 IB부문 영업이익은 6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감소했다. 대형 딜 부재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IPO 시장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 기준을 강화하면서 몸값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예비 상장사들이 상장 시점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컬리, 무신사, DN솔루션즈 등 대형 후보군들이 시장 상황과 규제 환경을 면밀히 검토하며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IPO 주관 수수료 수익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5월 IPO 기업 수는 3개사로 과거 평균과 최근 5년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며 “공모금액 역시 775억원으로 장기 평균과 최근 5년 평균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6월 IPO 기업 수는 5~6개 수준으로 예상되며, 공모금액은 1500억~200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며 “예상 시가총액 역시 1조1000억~1조2500억원 수준으로 역대 동월 평균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은 상장 후 주가 성과는 양호하지만 정작 증권사 실적을 좌우하는 대형 공모 딜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하반기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 재개 여부가 증권사 IB 실적과 IPO 시장 회복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