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1조 눈앞 하나증권…‘조달 이후 운용’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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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1조 눈앞 하나증권…‘조달 이후 운용’ 시험대 올랐다
  • 한순구 기자
  • 승인 2026.06.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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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작 5개월 만에 1조원 근접
후발주자 한계 속 운용마진 확보가 과제
전문가들 “IB·사후관리 역량이 발행어음 성패 가른다”
사진=하나증권
사진=하나증권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하나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한 지 5개월 만에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의 새 국면에 들어섰다. 첫 상품 완판으로 확인된 조달력에 이어, 이제는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넣고 어떻게 관리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올해 1월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뒤 5개월 만에 발행 잔액 1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후 비교적 짧은 기간에 초기 조달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이다.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 인수금융, 모험자본, 유동성 자산 등에 운용하고 수익을 내는 구조다. 단순 판매 상품이 아니라 증권사의 조달·운용·리스크 관리 능력이 동시에 드러나는 사업이다.

 

조달력은 확인…문제는 운용

하나증권은 올해 1월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한 지 일주일 만에 3000억원을 판매하며 목표액을 조기 달성했다. 이후 발행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시장에서는 하나금융그룹 기반의 WM 채널과 고객 신뢰가 초기 조달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발행어음 사업의 본질은 판매 이후에 있다. 조달금리가 있는 만큼 이를 웃도는 운용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후발주자인 하나증권 입장에서는 기존 발행어음 사업자들이 과거 활용했던 부동산금융 중심 수익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많이 파는 것보다 조달한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금리 경쟁으로 자금을 모으면 운용마진 부담이 커진다. 결국 IB 자산 선별, 만기 관리, 리스크 통제 능력이 수익성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하나증권, 발행어음 자금 60% 이상 IB에 투입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운용자산의 60% 이상을 인수금융, 기업대출, 기업금융 등 IB 핵심 영역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발행어음 자금의 25% 이상은 모험자본에 투입해 성장기업과 혁신기업 지원에 활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시장에서는 이 계획이 하나증권 IB 조직의 실력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어음 자금은 단기 조달 성격이 강하지만,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는 회수 기간과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길다. 자금 만기와 투자자산 만기를 맞추는 능력, 기업 신용위험을 선별하는 능력, 투자 이후 사후관리 체계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발행어음 자금이 기업금융으로 들어가면 단순 대출 심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업의 현금흐름, 담보 구조, 후속 자금조달 가능성, 회수 경로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모험자본은 투자보다 회수 설계가 더 어렵기 때문에 IB와 사후관리 조직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PF 이후 바뀐 평가 기준

하나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증권업계의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기에는 증권사 IB가 얼마나 많은 딜을 가져오고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부동산PF와 해외 대체투자 시장이 흔들린 뒤에는 신규 투자보다 기존 자산을 관리하고 손실을 방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하나증권은 과거 부동산금융과 대체투자 비중이 컸던 증권사 중 하나다. 금리 상승기에는 이 부문이 실적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체투자 자산을 실제로 관리하고 재정비한 경험도 축적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발행어음 사업에서도 이 같은 경험이 운용 안정성을 가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 IB의 경쟁력은 딜을 새로 만드는 능력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며 “문제가 생긴 자산을 어떻게 분류하고, 충당하고, 회수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발행어음 자금은 투자자 신뢰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운용 이후 사후관리 체계가 약하면 장기적으로 사업을 키우기 어렵다”고 했다.

 

IB솔루션·사후관리 기능 부각

하나증권은 앞서 투자자산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IB솔루션 기능을 강화해왔다. 부동산금융과 대체투자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가면서 신규 투자 확대보다 기존 자산 점검, 회수 가능성 분석, 리스크 축소에 무게를 둔 조직 운용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발행어음 사업이 커질수록 이 같은 기능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조달한 자금을 IB 자산에 투입하는 순간, 운용부서와 사후관리부서의 역할이 분리되기 어렵다. 딜 소싱 단계에서부터 회수 구조와 리스크 한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WM이 팔고 IB가 운용하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사 전체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작동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하나증권처럼 후발로 들어온 회사는 조달 속도보다 운용의 질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행어음 1조 이후가 진짜 경쟁”

하나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이 1조원에 근접한 것은 초기 시장 안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1조원 달성 자체보다 그 이후의 운용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조달비용, 유동성 관리, 투자자산 건전성 부담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후발주자는 선발 증권사보다 운용처 확보가 쉽지 않다. 과거처럼 부동산PF나 고수익 구조화 상품에 크게 의존하기도 어렵다. 결국 기업금융, 인수금융, 메자닌, 모험자본, 유동성 자산을 균형 있게 배분하면서도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해야 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대표는 “하나증권의 초기 발행어음 판매 성과는 조달 경쟁력을 보여준 사례”라며 “다만 발행어음 사업의 평가는 앞으로 1~2년 뒤 운용자산의 건전성과 수익성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는 많이 모으는 경쟁이 아니라 잘 굴리고 잘 회수하는 경쟁”이라고 했다.

하나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서 후발주자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결국 IB 운용 역량과 사후관리 체계에 달려 있다.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은 현재, 시장의 시선은 판매 실적에서 운용 성과로 옮겨가고 있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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